학력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동국대 교수 신정아씨(37·여)의 보석 신청이 10일 받아들여진 가운데, 신씨는 1년이 넘는 수감생활이 힘들었는지 한결 수척한 모습으로 서울 영등포 구치소를 나섰다.
눈을 반쯤 가린 베이지색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신씨는 약간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구치소 정문 안에서 정문 직원들과 마중을 나온 감호원들에게 한명 한명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나눴다.
진청바지와 블라우스 느낌이 나는 검정색 웃옷과 그 안에 검은색 티셔츠, 검정색 스니커즈를 신은 신씨는 구치소 밖으로 나오려다 정문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떨구고 입술을 깨무는 등 불안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신씨를 기다리던 10여명의 기자들은 신씨가 정문을 나서자마자 몰려들어 신씨에게 심경을 물었지만, 신씨는 계속해서 입을 다물다가 나지막하게 "할말 없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신씨의 변호인은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니 할 말이 없고, 나중에 재판이 다 끝나고 얘기합시다"라며 취재진들을 밀어냈다.
이날 낮 12시20분께 구치소를 빠져나온 신씨는 수감생활 동안 많은 책을 읽었는지 변호인과 함께 나눠든 검정과 초록색 가방에 약 30여권의 책이 들어있었다.
신씨 일행은 10여명의 기자들과 약 5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이를 막아서는 외곽 정문 근무자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검은색 렉서스 차량에 간신히 올라탔다.
신씨는 실랑이 과정이 격렬했는지 렉서스 차량에 들어서면서 '아'라고 한숨을 쉬었으며, 뒷좌석 왼편에 앉아 무릎에 주먹을 올려놓고 오른손을 꽉 쥐고 정면만을 응시했다.
한편, 신씨는 2007년 10월 사문서 위조 및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신씨의 파기환송심 재판은 지난 2일 열렸으며 다음 공판은 23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