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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시인 노차돌의 슬픈 사랑 이야기..

학교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글을 배워가며 독학으로 한글을 깨우쳤다는 시인 노차돌씨..18살 때 첫 사랑 고백을 하기 위해 처음 시를 접하게 되었고 지금은 혀로써 세상을 그려나가고 있는 그를 만나 보았다.

 

 

시인 노차돌은 동해바다의 아름다움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 ‘거진’에서 태어났다.
뇌성마비 1급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한 기억이 없다.
그런 그의 꿈은 음악을 무척 좋아했기에 작사가가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8살이 되던 해 좋아하는 이성 친구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시를 접하게 되었고 이후 그의 꿈은 작사가에서 시인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진실함이 담긴 사랑 이야기가 전달된 것일까?
2007년 장애인 문학지에 정식 시인으로 등단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그의 꿈을 펼치게 되었다. 이때부터 만든 그의 시는 무려 180여 편에 달한다.
이 중 50여 편은 마음에 들지 않아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환하게 웃음을 보이기도 한 차돌씨...뇌성마비 1급 장애를 안고 있었지만 글을 쓰기에는 별 문제 없던 그에게 3년 전 갑작스런 경련이 찾아왔고 그 뒤로 마비증상이 더욱 심해져 손발을 움직일 수 가 없게 되었다. 시를 쓰는 것이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행복이었기에 그는 더욱 슬프기만 했다.

하지만 단지 시를 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입으로 키보드를 치기 시작했고 지금은 혀로써 그의 마음을 옮긴다고 한다.
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사랑 때문이었는지 차돌씨의 시를 읽어 내려가면 사랑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 역시 본인 시를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고, 가끔은 다른 주제로 한 시를 써보기도 했지만 자신만의 사랑 이야기는 지키고 싶었다고 한다.

차돌씨는 10여 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본인의 시를 세상에 알리기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본인의 두 번째 홈페이지인 ‘햇빛바다 아름다운 이야기’(http://www.lovemi7.net)를 통해 세상과 연을 맺고 있다.

그는 짧은 시 한편을 쓰기위해 한 달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가슴속에 뭉쳐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혀를 통해 키보드로 전달되고 비로소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된다.

그는 “우선 제가 마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 많아 이를 시로 표현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제 시를 보고 아직 세상에는 사랑이 존재한다고 느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시를 쓰지 않는 여가 시간에 그는 주로 인터넷 음악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어릴 적 꿈인 작사가의 꿈을 여전히 키워나가고 있는 듯 했다. 실제로 그런 그에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사랑의 노랫말도 100여곡에 달한다고 한다.

어떤 화성인의 사랑 이야기
차돌씨에게 그의 사랑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곧바로 혀로 키보드 자판을 하나하나 눌러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가 전한 사랑이란 다음과 같다.

 

사랑이란?

                                                                                          노차돌

내 인생에 사랑은 세 번이 있었다.

내 인생은 14년은 홀사랑

6개월은 불타는 사랑이고

5년은 금지된 사랑이다..

현재도 마지막 사랑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금의 사랑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차돌씨의 슬픈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 그는 가장 마음에 든다는 시를 보여주었다.

 

 

“어떤 화성인의 사랑고백”

                                                                                         노차돌
내가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 하는 것 같습니다.
한밤중에 뼈가 깎일 듯이 몸이 아파도
당신이 미치도록 보고 싶으니 말입니다.

내가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 하는 것 같습니다.
이유도 모르는 아픔에 지쳐서 내 몸이 배배 꼬여가도
당신이 미치도록 보고 싶으니 말입니다.

내가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 하는 것 같습니다.
손이 굳어서 한 글자 치기까지 30초 이상이 걸려도
벌써 몇 시간 동안 이렇게 자판과
씨름을 하고 있는 거 보면 말입니다.

난 당신을 이렇게 아주 많이 사랑 하는 거 같습니다.

그는 장애로 인해 온 몸이 마비가 된 본인을 인간이 아닌 화성인이라 말하고 있으며, 그러한 그의 진실 된 사랑을 담아 이 시를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진실 된 그의 사랑과 함께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너무나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최근 드라마나 대중가요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사랑을 떠들고 있지만 진실 된 사랑을 느껴본 적은 없는 듯하다”고 말하자 그는 “나의 시 또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 시를 접하는 모든 분들에게 말장난 속에 담겨진 진실을 느끼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 “햇빛바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시와는 별도로 또 다른 사랑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현재까지 그가 말한 사랑만해도 250여 가지..

그의 말 속에는 사랑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그가 사랑을 주제로 한 시를 고집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식을 바라보면 미안함 마음에 어버이날에도 꽃을 달지 못하신다는 차돌씨의 어머니..
그러한 어머니를 바라보면 한없이 눈물만 흐른다는 형 노국일씨..
차돌씨의 하나밖에 없는 형 노국일씨는 평생 시집을 내는 것이 꿈이라는 동생을 위해 오늘도 뛰어다닌다고 한다.

자신을 인간이 아닌 화성인에 빗대어 혀로써 세상을 그려가는 차돌씨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전해지는 그날을 기대하며...

- 강원도 바다마을 거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