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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한국의 의료기술, 세계에서도 통한다!

자생한방병원 로이어 원장의 외국인 환자 진료모습
자생한방병원 로이어 원장의 외국인 환자 진료모습

외국인전담 스탭등 의료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다. 사진은 자생한방병원의 디렉터와 환자의 면담
외국인전담 스탭등 의료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다. 사진은 자생한방병원의 디렉터와 환자의 면담
전세계적 불황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의료나 미용 등을 곁들인 관광이 주목 받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2008년 의료관광 마케팅 시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은 외국인 의료 관광객들에게 미용, 한방진료, 성형, 건강검진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의료서비스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42점으로 비교적 높은편이며, 2008년 한 해 동안 의료관광으로 벌어들인 돈만 591억원에 달한다.

또한 신성장동력으로 글로벌 헬스케어를 국정과제로 채택됨에 따라 추경예산 67조 3천만원이 지난달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됐으며, 해외인지도와 언어 등 외국인 진료편의 부족 등의 불편함을 개선해 고부가가치 관광상품인 의료관광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올해를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해로 선포하고, 오는 2013년까지 20만 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에 출입국 절차를 간편하기 위해 의료비자를 발급키로 했으며, 병원 예약과 안내, 관광과 숙박 서비스까지 패키지로 제공하게 된다.

또 해외환자 진료를 위해 대형병원에 외국인 전용 진료센터를 마련하고 전문 코디네이터도 양성할 계획이며, 해외 환자들이 진료 기간이나 진료 후 관광을 하도록 의료관광 상품도 개발했다.

정부는 해외 환자를 10만 유치했을 경우, 6천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9천억원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찾고 있는 연 700만명의 관광객들을 의료서비스로 연계시킬 것인지, 새로운 의료관광객들을 만들어나갈 것인지가 관련 업체나 정부에게는 큰 과제다.

현재 병원과 유치업자들은 앞 다투어 등록을 하고 있지만, 의료 인프라와 현지에서의 홍보 부족으로 아직까지는 의료관광 활성화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 병원 및 에이전시 반응 ‘글쎄’
“현지 홍보 부족으로 아직 환자 늘어나진 않아”

복지부, 문광부 등에서 연이어 세미나를 개최하며 의료관광에 대해 설명하고 인프라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에이전시와 병원들로 구성된 (가)대한의료관광업협회도 준비위원회가 꾸려져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병원도 에이전시도 전문 통역사 및 각 언어별 디렉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며, 병원 내 전문 디렉터를 둬 해외 환자를 받아들였던 중소병원들도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이다. 에이전시들도 의학용어나 의학법을 배우기에 정신이 없고 무엇보다도 해외 홍보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6여 년 전부터 해외 환자를 받았으며, 중국에 한중합작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예병원은 "업체들간 과다경쟁이 있기에 내실을 기하고 있다"며 "에이전시들과 이야기가 오가고 있으나, 관광보다는 의료쪽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불임치료로 유명한 차병원은 미국 LA에 병원을 설립해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해외환자유치 등록은 서류를 접수한 상태다. 차병원의 전문영역인 산부인과와 불임치료 등에 집중적으로 환자들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골관절질환을 수술 없이 한방으로 치료하는 자생한방병원은 '해외환자 유치 허용 이후 에이전시와의 업무협약이 용이해지긴 했으나, 아직은 홍보단계이므로 실제 환자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병원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신뢰 및 홍보 부족가 부족하며, '한방'하면 '중국'을 먼저 떠올리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작년 대비 에이전트를 통한 환자 문의가 늘었고, 향후 점진적인 환자 증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의료관광을 위해 몇 해 전부터 준비했다는 유치업체인 스타팍스는 "미국·러시아·아랍 등 3개 지역을 중심으로 중환자들을 유치할 것이다"며 "러시아어 통역자도 준비돼 있지만 현지 광고를 못해서 환자 유치가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코리아 비지니스 트래블트레이드(KBT) 천희성 대표는 "의료관광이 사실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기존 업체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아이템이 생긴 것 뿐이다"며 "특히 병원은 전문의 자격증만 있으면 등록이 가능한데, 유치업자(에이전시)는 1억원의 자본금을 들여 회사를 설립해야 하며 보증보험도 가입해야 한다"고 유치업체로서의 불합리성을 강조했다.

현재 KBT는 직접적인 해외환자 유치가 아닌,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CIS 국가 중심으로 1만 5천여곳의 여행사와 9만 5천여개 병원들과 국내 에이젼시나 병원을 연결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투어는 "관광객들에게 병원을 추천해야 하기에 믿을 수 있는 병원들을 직접 방문해 체크해야 하며, 아직 의료사고 발생 시 대책이 정비돼 있지 않아 문제가 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러시아 전문 여행사인 진세항공은 "관광객중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기는 했으나, 병원측에서 받은 실제적인 커미션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진세항공 측은 "가족 나들이가 많은 러시아 관광객들을 위해 맞춤관광을 실시하고 있기에 어떤 곳에 가든지 가이드의 통역이 가능하다"며 "타국까지 와서 진료를 받기 때문에 심적으로 더욱 신경써주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 대대적인 해외 홍보 필요
'한국만 들떠 있지 다른 나라는 모르고 있는 경우 많아'

정부는 '높은 의료수준 및 가격쟁쟁력'을 내세우며 의료관광 해외 홍보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2월은 중국에서 3월은 일본, 4월은 중동에서 5월은 극동러시아에서 해외시장별 홍보설명회를 개최했으며 3-4월에는 미국 NBC가 주최한 건강의료박람회도 참가했다.

또 지난 4월 일본·미주 지역과 극동러시아 지역, 중동지역에 국내의료기관 해외 세일즈 마케팅과 네트워크 구축에 지원하기도 했다. 블라디보스톡지사에는 해외 마케팅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해외현지 의료관광마케팅 전담의료인도 채용하며 이와 더불어 의료관광 에이전시 팸투어 및 언론매체 취재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노력은 단편적인 행사 성격이 강하고 전략적 홍보시스템 구축은 미흡했다는 평이다.

또한 현지인들이 이를 인지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며 한 에이전시 대표는 "한국만 들떠 있지, 다른 나라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중국은 자국 내 의료관광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매스컴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한국과 인접해 있기에 시장자체는 크지만, 의료를 내세워 대규모 참가단 모집은 현지 자국법에 의해 힘들기에 맨투맨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성형·의료 등이 아닌 뷰티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에이전시 중 가장 먼저 정부에 등록했던 스타팍스는 "해외광고가 잘 돼야 한국 정부에서 의료관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텐데 이것이 많이 부족하다"며 "정부차원에서 해외광고비 자금을 대출해줬으면 좋겠다“며 이 부분이 제일 큰 문제임을 강조했다.

세브란스 국제진료센터 인요한 소장은 "한국은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좋고, 섬세한 기술이 우수하며, 첨단장비를 이용한 각종 시술 등 장점이 많은데 홍보가 잘 되지 않아 경쟁력에서 떨어진다"면서 "스타의사 발굴 및 홍보전략 수립으로 한국의료를 세계에 잘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이송 정책위원장도 "해외환자 유치와 관련한 프로젝트는 글로벌 관점에서 의식전환이 필요하므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기존의 외국인 환자 유치 선발국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반 정책 수단, 보험료, 수수료, 부가가치세 등 관련 세제 지원 등이 종합적으로 일시에 검토·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는 주요 타켓 국가(극동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 등)에 대한 만족도 조사 및 시장별 전략 수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글이나 CNN 등 글로벌 매체에 광고 및 프로그램 제작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며, 관광공사 홈페이지에 '의료관광' 테마를 신설할 예정이다.

의료관광 마케팅에 있어 관광공사는 해외지사를 센터화할 방침으로 뉴욕 지사 같은 경우 이미 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국제행사를 활용한 해외마케팅을 강화하고자 국제네트워크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제 1회 한국 국제의료관광 콩그레스가 오는 9월 서울에서 개최돼 해외 바이어 유치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 특정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있을 수도
종합병원과 중소병원 의료서비스 차별화 절실

현재 국내 병원수는 1,700여개이며 종합병원은 311곳이다.

이중 국제적인 병원인증기관 JCI를 획득한 세브란스병원 및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서울아산병원·삼성병원·성심병원·대학병원 등은 이미 외국인환자를 통한 수익이 20%정도라고 알려졌다. 국제진료센터가 있는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한 해 병원에 내원한 외국인 환자가 체류자를 포함해 총 3만 명이며, 총 소득은 150억 안팎이었다.

현재 국내환자들은 1-2시간 기다리는 것과 짧은 진료시간을 감수하고라도 종합병원을 더 선호하고 있다. 즉 종합병원이 구지 해외환자유치에 열성을 보이지 않아도, 찾을 환자들은 찾는다는 것이다. 물론,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내국인에 반해 해외환자들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익적인 면에서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더 많은 해외 환자들의 유입에 환영하지 않을 수는 없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인요한 소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국의료의 국제화 그 현황 전망' 정택토론회에서 넉넉하지 못한 병실과 짧은 진료시간을 언급하며 "해외 환자들은 섬세한 진료를 받고 싶어한다"고 지적하며 이를 우려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종합병원과 중소형병원들간의 의료서비스 차별화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미 종합건강검진이나 암 수술 등 중증환자는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에서 성형·피부·치아·한방 등은 중소형 병원에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과 공급자의 이윤 극대화는 당연한 것이지만, 제도적 장치 없이 시장에만 맡길 경우 어떤 병원은 단 1명의 환자도 찾지 않을 수도 있다.

그 결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당 병원과 에이전시는 홍보에 열을 올릴 것이고 이것은 비용상승으로 고스란히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 갈 수도 있다. 또한 이런 홍보경쟁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해당 업체들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관계 당국과 의료관광협회 등 유관 기관들이 함께 병원과 에이전시 모두가 이익을 낼 수 있는 방안들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관계업자들도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의료관광 산업에 대한 바른 인식으로 신중하게 일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