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과 9월 각각 개장을 앞두고 있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와 가든파이브의 명암(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8월, 그랜드 오픈을 앞둔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이미 90% 이상 임대가 완료된 상태인 반면,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는 20%대의 저조한 분양률로 9월 개장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동남권과 서남권의 유통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들 초대형 복합쇼핑몰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유통 마인드의 차이다.
상권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타임스퀘어’의 임대모집 전략을, 하드웨어만 강조하고 상권 활성화 등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가든파이브’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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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이브 조감도 |
서울시가 SH공사를 통해 동양 최대의 복합쇼핑단지를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한 ‘가든파이브’가 계속 표류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4월 오픈 예정이었던 ‘가든파이브’ 는 특별분양 대상인 청계천 이주 상인들의 입주 거부와 고분양가 논란 등으로 개장이 7월로 연기됐으나 최근 7월 개장도 어려워 9월로 한 번 더 연기된 상태다.
문제는 현재 30%대에 머무르고 있는 분양률로는 9월 개장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해 말 준공을 마치고 멀티플렉스를 비롯한 일부 시설은 운영에 들어갔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정식 개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처럼 저조한 분양률로 인해 개장 일정이 차질을 빚자 시행사인 SH공사는 지난 6월 초, 분양 조건과 분양 대상자의 범위를 완화하고, 다점포 공급 및 기준면적 초과 공급 등의 조건을 걸고 3차 특별분양에 들어갔으나, 이 또한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조원이라는 막대한 투자를 쏟아 부은 ‘가든파이브’가 이처럼 표류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당초 예상보다 훌쩍 높아져버린 분양가를 꼽고 있다.
23㎡ 기준, 최고 5억7천만 원에 달하는 분양가는 영세한 청계천 상인들이 이주하기에는 너무 높아, 대부분의 기존 특별분양 대상 청계천 상인들이 입주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반분양 또한 이미 진행된 특별분양가보다 더 높은 분양가가 예상되면서, 일부 황금 입지에 들어오는 상가를 제외하고는 분양 성공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상권 활성화에 대한 확신 없이 하드웨어만을 강조한 분양전략도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에도 불구하고 명동이나 강남 상권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소위 ‘장사가 된다’는 확신 때문인데, ‘가든파이브’는 뛰어난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상권 활성화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러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SH공사는 ‘가든파이브’ 분양시 홈페이지나 홍보물 등에서 동양 최대 유통단지, 최대 쇼핑스토어 입점 등을 부각하며 규모의 경제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향후 상권 활성화 계획, 상가 운영 비전 등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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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스퀘어 조감도 |
‘가든파이브’가 이처럼 고전하고 있는 데 반해 최악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흔한 임대모집 광고 한 번 없이 90% 이상의 임대율을 기록한 대형 복합쇼핑몰이 있다.
㈜경방이 영등포 경방 공장 이전 터에 짓고 있는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가 그 주인공이다.
오는 8월 그랜드오픈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타임스퀘어’의 이 같은 선전은 유통의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복합쇼핑몰 선진국의 노하우를 적극 수용해 MD를 구성하고, 향후 상권 활성화 비전을 공유하는 테넌트들만 임대모집한 점 등 분양에 급급했던 기존 복합쇼핑몰과는 차별화를 이룬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법인 테넌트들을 적극 공략, 브랜드 본사만으로 임대모집 면적의 90%를 채우는 등 노쇠화의 기운을 풍기던 영등포 상권을 일거에 바꿔 서울 서남권 유통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타임스퀘어’가 경기 침체와 다소 낙후된 상권이라는 핸디캡 속에서도, 성공적인 개장을 목전에 둔 것은 서울 서남권 광역 상권화에 대한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타임스퀘어’ 역시 ‘가든파이브’ 못지않은 하드웨어를 갖춘 초대형 복합쇼핑몰이란 점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에 더해, ㈜경방은 기존 경방필백화점을 과감히 정리하고 신세계라는 파워브랜드를 수용했으며, 인접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을 경쟁상대가 아닌 광역상권의 파트너란 점을 분명히 해 광역 상권 활성화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타임스퀘어’의 전략은 인접한 롯데백화점보다 오히려, 다소 거리를 둔 목동과 구로 지역의 백화점 및 유통 시설들을 더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는 후문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성공적인 임대모집이 말해주듯 유통의 기본은 상권에 달려있다. 상식이지만, ‘가든파이브’가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상가뉴스레이다의 선종필 대표는 “가든파이브의 사례에서처럼 아시아 최대 하드웨어가 아시아 최대 상권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면서 “수익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분양가 책정에 더해 가든파이브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하드웨어와 지정학적 조건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상권형성을 위한 입점업종 및 업체에 대한 모객 계획과 구체적인 상권 활성화전략 등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비와 서울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가든파이브’의 성공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동대문의 일부 대형 상가건물이 높은 공실률로, 극장과 1층 일부 매장만 문을 여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진 것처럼, 동양 최대 유통단지가 동양 최대 실패 사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더욱 그렇다.
‘가든파이브’는 지금 분양가의 합리화와 함께 광역 상권 활성화라는 비전을 제시하는 성공적인 재분양 전략이 가장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