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외 유화적 제스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정부 관리 4명이 이달 중순 미국을 극비리에 방문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이들의 방문은 조(북)·미 민간교류협회(KAPES) 대표단이라는 민간 차원의 방미 형식으로 지난 15-19일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핵실험 이후 북한 인사들의 미국 방문을 처음 허용함으로써 향후 북미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민간 초청으로 북한 인사들이 최근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들은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대북지원 관계자 등과 만났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들의 방미는 미국 정부의 초청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방미 대표단은 모두 북한 정부 관계자들로 구성됐으며,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방미 대표단에는 최일 조·미 민간교류협회 부회장과 협회소속 고위 관료, 통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도 방미 일정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방미 목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북 식량지원 재개 등의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단은 방미 기간인 지난 1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오퍼레이션USA'를 비롯한 미국의 구호단체 관계자들을 접촉했으며, 특히 오퍼레이션 USA의 식량, 의약품 저장 창고 등도 둘러본 것으로 전해져 대북 식량지원 재개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북한 대표단의 방미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방북, 한국계 유나 리를 포함한 미국 국적 여기자 2명의 석방 교섭을 벌인 직후 이뤄진 것으로 두 사안의 상관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미국이 여기자 석방의 대가로 민간 채널을 통해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북한은 북·미관계가 악화되자 지난 3월 ‘미국의 식량지원을 받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식량 배급지원과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는 미국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에게 철수를 요구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 대표단의 방미 기간에 미국 정부관계자와 직접 접촉은 없었다"면서 "말은 민간 교류지만, 미국이 북한을 조금 풀어주려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