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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쇼크' 건설업계 영향 미칠까?

두바이 국영 투자회사인 '두바이월드'가 채무상환 유예(모라토리엄)를 발표, 국내외 경제의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두바이 시장에 뛰어든 국내 건설업계 등은 피해 규모가 미미하다고 불안감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두바이발 악재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25일 아랍에미리트(UAE)의 토호국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 정부가 국영 투자회사 두바이월드와 자회사이자 인공섬 팜 아일랜드 개발 업체 나킬(Nakheel)의 채무상환을 내년 5월 30일까지 6개월 간 채무상환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소유 기업인 두바이월드는 대규모 주요 부동산 개발회사와 금융회사들을 이끌고 있는 지주회사로, 대규모 외화차입을 통해 부동산 개발을 진행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결국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현재 두바이월드는 두바이 정부 및 정부 소유기업 전체 부채 800억 달러의 74%에 해당하는 590억달러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두바이를 비롯한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등 아랍에미리트 국가들이 발주하는 건설프로젝트에 뛰어든 국내 건설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삼성물산만이 두바이 시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국내 기업들은 두바이에서 발을 뺀 상태다. 또한 국내 업체들이 수주해온 프로젝트는 플랜트 프로젝트로 부동산 개발과 성격이 다르며, 두바이 경제구조 특성상 이번 사건이 주변 국가들에 전이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광수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두바이의 개발 사업은 오일머니의 기반이 없는 순수한 개발 사업 성격이었다"라며 "다른 중동 국가들의 투자는 탄탄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중동 전체로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선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심리적인 면에서 단기악재는 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중동건설시장을 흔들어 놓을 요인은 아니다"라며 "발주 재원이 탄탄한 아부다비, 사우디, 카타르 등에서 플랜트 사업 위주로 활동하는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반면 두바이발 악재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쳐 자금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앖다.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경색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두바이발 악재가 더 확장될 개연성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두바이 정부가 보증을 선 채권을 아부다비 은행들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두바이 사태가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대된다면 단순히 건설사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 리스크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두바이에 대출한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지난해 국제금융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유럽 은행계가 두바이에 대출한 자금은 최대 4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