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Exit Strategy)을 시작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출구전략의 시기 및 조건' 보고서를 통해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민간의 충격흡수능력이 아직 미흡하다"며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주요국과 달리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조정되지 않았고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필요한 우리 경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출구전략 시기를 저울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을 본격 실시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금융 안정성 확보 ▲민간 부문 자생력 회복 ▲세계 경제 여건 등을 제시하며, 내년 하반기 중에나 이 요건들이 충족될 것으로 봤다.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연구원은 국내 은행 건전성과 대출관련 면역력은 출구전략 전에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의 부실채권 잔액(19조2천억 원)이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많고, 부실채권 비율(1.48%) 역시 정부가 연말까지 맞추도록 권고한 1%를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또 연구원은 내수의 완전한 자생력 회복은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내년 한국경제는 4% 중반의 플러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민간소비 및 고용에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금융위기 직전의 경기 회복기(2005~2007년)의 평균치(4.8%)에 못 미치는 3.1%로 예상되고, 수출도 금융위기 직전 경기 회복기의 평균치 11.4%보다는 낮은 8.5%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가 아직 불안하다는 것도 보고서에 반영됐다. 세계 경제가 3% 안팎의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실업률, 소비 위축, 경기부양 효과 소진 등으로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다만, 위기 때 실시된 비정상적인 정책이 오래 유지될 경우 중앙은행 부담이 커지고, 자산버블을 유발할 수 있기에 출구전략의 전제조건들이 완전히 충족되지는 않아도 점진적인 정상화 과정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위기시 비상 대책은 금융 불안을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둔만큼 성장률보다는 금융 안정성 여부에 맞춰 거둬들여야 한다"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금리인상 기조로 전환하고 총액한도대출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상가격 급등우려가 있다면 통화정책에 앞서 금융규제정책을 충분히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