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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산업융합촉진법' 제정, 왜?

지식경제부가 26일 업종별 산업발전 패러다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융합촉진법'을 꺼내들고 나왔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추진보고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3개월 만에 탄력을 받게 된 셈이다.

지경부는 산업융합촉진법을 올해 산업정책의 핵심 어젠다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융합시대에 걸맞는 우리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찾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돌파구로 삼는다는 입장이다.

이는 현재 통신기술과 IT인프라에 기반한 정보화 시대에서 이제는 기존의 다양한 기술, 산업간 창조적 결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합 시대로 급속히 전환 중이라는 지경부의 해석으로 풀이된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특히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은 우리나라 성장동력정책에서 한 획을 긋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언급할 만큼 법안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산·학·연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융합촉진법 추진위원회가 발족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경부가 법안 제정을 위해 민간 전문기관(딜로이트 컨설팅)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미국(미국경쟁력강화법), 일본(중소기업신사업활동촉진법), 유럽연합(FP7) 등 선진국들은 융합 시대에 대비해 법·제도를 정비해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지난 2002년 국가나노기술위원회와 상무성을 중심으로 4대 융합기술과 15대 융합 신산업을 선정했다. 유럽연합은 EU집행위 산하 JU가 주도로 6년전부터 7대 융합기술과 9대 융합신산업을 선정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4대 융합기술과 14대 융합신산업을 선정해 제조업 기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융합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나 법·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새로운 융합제품과 신산업을 촉진하기에는 기존 법령이나 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실제로 딜로이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존 법령 및 규정상 한계로 인한 융합 신시장 창출 지연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4년 LG전자는 혈당측정·투약관리 등이 가능한 당뇨폰(IT+BT)을 개발했지만 의료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돼 각종 인허가 부담으로 사실상 사업을 포기했다.

또 착용만으로 혈압 등 측정가능한 헬스케어 의류(IT+BT+의류)가 개발됐지만 의류제품, 의료기기간의 분류기준이 불명확해 기존 법령이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한 중공업은 지게차와 트럭을 결합한 트럭 지게차(차량+건설기계)를 내놓았지만 관련 기준의 부재로 제품 승인이 4개월 이상 지연됨으로써 약 60억 원의 손해를 봤다.

이와 함께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15일 회원사를 상대로 조사한 산업융합 관련 업계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91.5%가 융합촉진을 위한 별도 법률 제정을 요구하는 등 산업계의 융합법 제정 요구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기업의 41%가 융합제품 사업화 과정에서 시장출시 지연 등 어려움을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개도국에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선진국과는 원천기술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경제구조의 특성상 기존 기술의 재조합 혁신을 통해 단기간 사업화를 이루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융합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향후 융합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산업융합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산업융합 촉진의 장애요인으로 지적되는 기존 법령상 한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경부의 판단이다. 내부적으로 지난해 초부터 법을 가다듬는 작업을 계속해왔고 기초 자료를 토대로 최근 3개월간 집중적으로 법안 초안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산업융합촉진법이 추진될 경우, 우선 지난 25년간 '산업발전법' 체제하에서 업종별 산업발전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만들어진다. 정부의 설명대로 업종별 칸막이를 허무는 산업간 융합전략으로 보완함으로써 상호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산업융합촉진법은 신(新)산업 관련 정책수단을 포함하기 때문에 향후 개별 업종별로 법제정 수요를 흡수·억제할 수 있다. 지식기반신섬유개발촉진법, U헬스케어산업활성화특별법, 의료관광에관한특별법 등과 같이 매번 별도의 입법절차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신산업 창출 지원이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융합규제를 수시로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구성된다. 지경부내에 산업융합촉진기획단(가칭)을 구축해 기업들의 애로를 접수·발굴하는 것은 물론 불합리한 규제를 신속히 해소할 계획이다.

아울러 융합 신제품 임시인증제 도입을 통해 융합촉진을 막는 기존 법령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장점이 있다. 만약 정부지정기관이 인정하는 융합 신제품에 대한 기준규격이 없을 경우 소관부처기준규격이 제정될 때 까지 임시인증이 이뤄진다.

조석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은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법을 만들어서 따라갈 수 없기 때무네 그런 신산업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자는 것이 법 제정 취지"며 "지금 산업발전법은 법 자체가 대단히 선언적인 규정으로 돼있기 때문에 이 법을 계속 시행하려면 전면개정이 돼야하는데 차라리 별도의 법을 입법하는 것이 더 나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산업융합촉진법이 제정되더라도 관계부처와의 협의나 이해관계가 엇갈려 필요한 사안에서는 법안이 한계를 갖고 있다. 그중 u-Health관련 제품들은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상 규제로 인해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해 조석 실장은 "융합촉진법이 모든 법을 포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면 새로운 법안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신산업이 나올 것에 대비해 융합법을 만들면 그런(새로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된다"며 "관계부처 법률은 산업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융합법이 오버롤(종합적으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