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우리 조국 한결같이 사랑했던 푸른 바다를지키는 일은 이젠 남은 우리들에게 맡기시고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천안함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UDT)의 ‘전설’ 고(故) 한주호(53) 준위의 영결식이 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유가족과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해군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는 고 한 준위의 부인 김말순(56) 씨, 아들 한상기(25) 중위, 딸 슬기(22) 씨 등 유가족들과 정운찬 국무총리,김태영 국방부장관, 김성찬 해군 참모총장 등 정부 및 군 관련 주요 인사들, UDT 현역 장병들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군악대의 조악 연주 속에 고 한 준위에 대한 경례로 영결식이 시작되자 영결식장은 진정한 영웅을 차마 떠나보내지 못 한 참석자들의 슬픔으로 가득했다. 고 한 준위의 후배인 UDT 김창길 준위는 추도사를 읽다 “선배님. 지옥에서 살아오라고 저희에게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빨리 일어나십시오”라고 되뇌며 눈물을 멈추지 않아 주변을 숙연케 했다.
영결식 내내 유족들은 고개를 숙이고 흐르는 눈물을 참고 또 참았지만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고 한 준위의 유해는 화장을 위해 성남 화장장으로 옮겨진 뒤 대전 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날 고 한 준위에게 충무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조사]
대한민국 UDT의 살아있는 전설,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고 한주호 준위
오늘 그가 조국의 깊고 푸른 바다를
가슴에 품고
우리 곁을 떠나려 합니다.
이 영전에 삼가 조사를 올리려 하니
애통함에 목이 메고
눈물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당신의 숭고한 삶을 바치는 오늘,
하늘과 땅과 바다가 울고,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가슴으로 울고 있습니다.
영령이시여
정녕 이렇게 잠드시렵니까?
후배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리도 간절했기에
그 칠흑같이 검고 깊은 서해바다로
뛰어들어야만 했습니까?
차디찬 물속을 가르며 실종된 전우들의 실낱같은 숨결을 찾으러
당신은 그토록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습니까?
진정 당신은 참된 군인의 표상이었습니다.
한평생 오직 군인을 천직으로만 알고 살아온
'한주호' 우리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그 어느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가장 강하고 충성스러운
대한민국 최고의 특전용사였습니다.
불가능은 없다
군인이 지시하면 어디든 간다라는
강한 신념으로 살아왔습니다.
항상 경험많은 내가 가야지라며
가장 힘드록 가장 위험한 곳일수록
우리보다 먼저 달려갔습니다.
이역만리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을 제압할 도
당신은 항상 앞에있었습니다.
떠나시던 마지막 그날도
자신은 돌보지도 않고
잠수하는 후배들을 하나하나 챙기시던 당신.
그토록 강한 용기와 신념을 불태우던 당신이
오늘은 왜 이렇게 한마디 말도 없이 누워계십니까
영령이시여 보이십니까
20년 동안 당신의 가슴으로 길러낸
자식같은 후배들의 저 늠름한 모습이.
영령이시여 들리십니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실종된 전우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지금도 차디차고 칠흑같은 서해바다로
거침없이 뛰어들고 있는 저 후배들의 거친 숨소리가?
그것이 바로 우리 군인의 숙명이며
당신이 걸어온 참군인의 길입니다.
마지막 생의 한 줌까지 기꺼이 조국에 바친 바다의 영령이시여
당신의 육체는 바다에 뿌려졌지만
당신이 남긴 고결한 희생정신은
우리들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숨쉴겁니다.
당신이 보여준 살신성인의 숭고한 그 뜻은
이 나라 모든 국민이 자자손손 누릴 안녕과 번영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영령이시여
바쁘니 내일 전화할게 라던 그 짧은 한마디로
사랑하는 가족들이 어찌 당신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남겨진 우리는 또 무슨말로 위로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오늘의 이 슬픔이
진정 영원불멸의 영광으로 승화될 수 있또록
이제 우리가 당신의 뜻을 이어갈 것입니다.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갈 것입니다.
우리들의 살아있는 영웅, UDT의 전설, 故 한주호 영령이시여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우리 조국
한결같이 사랑했던 푸른 바다를지키는 일은
이젠 남은 우리들에게 맡기시고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잠드소서
2010년 4월 3일
장의위원장 해군참모총장 김성찬
추도사 -김창길 준위
존경하는 한주호 선배님!
저 김창길입니다
선배님!
뭐가 그리 바쁘셔서 사랑하는 가족과 후배들도 남겨둔 채
이렇게 훌쩍 가십시까!
형수님! 상기! 슬기가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 후배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영원히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선배님!
선배님은 작년 8월 소말리아에서 돌아와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우리의 전우를 구하기 위해 최북한 백령도로
달려가셨습니다.
지금까지 36년 군생활을
한결같이, 숨 가쁘게 살아온 당신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가시면서 뭐가 그리 바빠
왜! 차디찬 몸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오셨습니까?
우리의 깊은 바다, 거친 물결, 어떠한 최악의 해상상태도
우리 UDT/SEAL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는데…
이제는 선배님을 UDT/SEAL의 전설로 불러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슬픕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님!
당신은 늘 앞장서 일하던 진정한 군인이셨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셨습니다.
우리들의 스승인 선배님이
이번에도 또 한 걸음 앞장서 가시는 군요.
이렇게 가시는 선배님을 보는 지금
가슴이 메어지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몸 바쳐 구하고자 했던
당신의 후배들!
그리고 전우들!
아직도 저 시린 바다 밑에서는
선배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을 두고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지옥에서 살아오라고 저희에게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우리는 영원히 죽지 않는 UDT/SEAL이라고 하지않았습니까?"
당신을 통해 UDT/SEAL 의 진정한 삶을 배웠는데 이젠 누구한테 배우라고 그렇게 가시려 합니까?
선배님은 우리 특전 요원 중에서도 특전 요원이요,
누구보다 강인하고 늠름하신 분이라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다시 저희 곁으로 돌아올 것만 같은데
왜 거기 누워만 계십니까?
빨리 일어나십시오!
후배들이 있는 백령도 현장으로 달려가
못다 이룬 임무를
완수해야 하지 않습니까!
선배님!
마지막까지 대한의 군인으로
태극기 품에 안긴 당신!
당신은 조국 대한민국의 참 군인이시며
진정한 영웅이십니다.
한주호 선배님!
이제 우리는 선배님을 보내 드려야만 합니다.
하지만 선배님이 남기신 투철한 사명감과 정신까지
보내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 후배들이 이루어 가겠습니다.
선배님과 함께 했던 추억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형수님, 상기, 슬기는
우리 형수님이요, 우리의 가족입니다.
선배님의 몫까지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선배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선배님은 가셨지만
우리는 결코 선배님을 잊지 않을 겁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선배님이 사랑했던 이 바다를!
선배님이 잠들어 있는 이 조국을!
반드시 저희들이 지켜내겠습니다.
선배님!
당신이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훌훌 털어 버리시고
이제 편히 잠드십시오!!!!!
필승!
이천십년 사월 삼일
당신의 후배 김창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