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등급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28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이번 신용등급 하향 결정의 이유로 스페인 경제가 상당 기간 저성장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스페인의 재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 추가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최악의 재정위기에 직면한 그리스보다 경제규모가 큰 스페인은 지난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11.2%에 달하는 부채를 기록했다.
이에 스페인 정부는 올해 부채 수준을 GDP의 9.8%로 줄이고, 오는 2013년까지 유럽연합(EU)의 국가부채 권고수준인 GDP의 3% 이하로까지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에 대한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에 놀란 그리스 지원 당사자들이 신속한 그리스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스트로스 칸 IMF 총재와 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리스 정부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IMF 간 협상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아주 명백하다”면서 “그리스에 450억유로가 제때 제공되지 않는다면 유로존의 안정성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그리스 구제를 위해 독일의 몫을 하겠다”면서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맞았던 국가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게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그리스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그리스가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은 그동안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국 내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각각 3단계, 2단계 강등한 지 하루 만에 스페인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한 것이다.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회담한 스트로스 칸 IMF 총재와 트리셰 ECB 총재도 그리스에 대한 지원 문제가 조속히 결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트라우스 칸 총재는 "이번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와 모든 유로존 국가를 위해 (그리스 구제금융 패키지 논의에)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밝혀 이번 사태가 즉각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지 않음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그리스에 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면 갚아야 할 차관이다"며 "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과거에 상환받지 못한 경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