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으로 1~4월 장바구니 물가가 사상 최대 폭으로 상승하고 국제 원자재값 상승 여파로 수입물가가 석 달 연속 오름세를 타는 등 물가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전기·가스 요금 원료비 연동제 및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7~12월)에 이뤄질 예정이어서 하반기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수출입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3월보다 1.2%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지난 2월 이후 석 달째 오름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서는 5.1% 올랐다.
전년 동기 대비 수입물가 증감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13개월 만의 일이다. 원유(6.0%)와 유연탄(8.6%) 등 원자재 가격이 3.9% 오르면서 수입물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중간재는 금속제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0.4% 상승했다. 후판(8.0%)과 니켈(11.2%)이 많이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채소와 과실, 생선류 등 신선식품류 가격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22.8%나 올랐다. 관련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91년 이래 같은 기간 신선식품류 가격 상승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는 봄철 강수일수가 최근 40년 중 가장 많은 19.6일을 기록하고, 일조시간은 247.1시간으로 평년(338.1시간)의 73%에 머물면서 농수산물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가격이 뛰었다.
배추가 가장 크게 올랐다. 배추는 올해 들어 4개월 동안 무려 296.1%나 올라, 동기 대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지는 4개월 사이 88.8%나 급등했고, 피망(79.8%), 양파(71.6%), 무(71.1%), 양상추(54.5%), 풋고추(52.8%), 감자(47.3%)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기후 여건 악화로 어촌의 조업일수가 줄면서 수산물 가격 역시 올랐다. 고등어는 44.0% 뛰어 역대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갈치(16.1%)와 오징어(12.2%)도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지난 2월 말 물가불안을 이유로 시행이 유보되었던 ‘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를 비롯해 그간, ‘억눌려왔던’ 몇몇 공공서비스 요금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재 원자재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점도 부담스럽다. 한국수입업협회(KOIMA)가 발표한 ‘4월 수입원자재가 동향’에 따르면 30개 주요 수입원자재 가격의 동향을 나타내는 KOIMA지수는 328.08로 전월 대비 31.21포인트, 10.51%나 급등했다.
이는 359.22를 기록한 지난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원자재 수입가는 일반적으로 2~3개월 후에 국내 소비자물가로 반영된다. 6~7월부터는 원자재가 상승분이 본격적으로 물가에 전가된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한국의 경기회복으로 올해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또 향후 거시정책은 물가안정에 보다 중점을 두고 물가 불안요인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KDI는 이날 `최근 우리나라 물가의 특징 및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통해 "위기 시에는 경기안정이 중요한 정책적 관심사였으나 현재는 물가안정에 대한 상대적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중장기 차원의 물가안정 기조를 지속하기 위한 정책적 관심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KDI는 또 "한 국가의 물가수준은 통화 공급과 수요의 상대적 비율에 의해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을 초과하는 통화증가는 물가 상승으로 귀결된다"며 "2008년 이후 경제위기 영향으로 화폐유통속도가 비교적 큰 폭으로 변동하고 있어 통화와 물가 관계가 불확실해 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이 과거에 비해 안정되고 있으나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물가는 한번 올라가기 시작하면 내려오기 힘들고 일단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 힘든 등의 관성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하락했었던 통화유통 속도가 다시 상승하면서 통화량의 증가가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통화 증발 요인은 단기적인 영향보다는 약 1~2년 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중장기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본원통화 증가율이 1~3년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률과 정(+)의 관계를 보였는데, 최근 본원통화 증가율의 빠른 상승이 향후 잠재적 물가불안이 될 수 있다"며 "2008년 이후 화폐유통속도가 급속히 감소해 물가 상승압력을 완화시켰지만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유통속도도 점차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가의 10% 상승은 1분기 시차를 두고 근원물가(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을 0.3%포인트 상승시키고, 원.달러 환율 10% 상승은 해당 분기의 근원물가 상승률을 1.2%포인트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KDI는 "금융위기가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잠재성장률을 실제보다 높게 잡을 경우 거시정책을 확장적 경향으로 유도, 물가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잠재성장률 격차 줄이기보다 물가안정에 중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KDI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9%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내놓았던 5.5%보다 0.4%포인트 높여 잡은 것이다. 또 내년 경제성장률은 4.4% 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