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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硏> 그리스 재정위기는 포퓰리즘의 산물

"포퓰리즘 정치가 그리스 재정위기 불러왔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준 수석연구원은 18일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본 그리스 재정위기' 보고서에서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표를 얻는 대가로 지역 유권자들에게 고용이 보장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제공해 재정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20세기 그리스는 남미처럼 잦은 정변으로 인해 정치불안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미흡했다"며 "집권당은 이익집단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각종 산업 및 농업 보조금, 고용보호, 임금인상 등의 경제적 편익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화 가입 이후 그리스 좌우파 정당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민에게 인기가 없는 연금개혁, 노동유연화 등 구조개혁이 지연됐다"며 "2000∼2007년 기간 중 그리스는 주력산업인 관광, 해운, 선박업 등의 호황으로 연평균 4.2%의 고성장을 기록해 개혁 필요성이 반감됐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 부재가 재정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1975∼1996년에는 그리스 재무성이 정부의 예산과정을 주도하지 못하고 내각이 공동으로 예산안을 처리했는데 내각의 응집력 부족으로 개별 부처 간 예산갈등을 조정하는 데 실패했다"며 "국방, 교육, 보건 등 주요 부처들의 과도한 예산요구를 억제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했다"고 밝혔다.

그리스 내부의 경제적 원인으로 재정수지와 경사수지가 동반 악화된 점도 이번 재정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는 "그리스는 이미 1980년대 초부터 방만한 재정운영을 지속해 왔다"며 "GDP 대비 국가부채가 1980년 22.3%에서 2000년 103.4%로 증가해 유로화 가입 조건을 충족하는 데 실패하자 재정통계를 조작해 2001년 유로화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로화 가입 이후 환율조정이 불가능해지면서 단위노동 비용 상승이 고스란히 수출 경쟁력 약화로 전가됐다"며 "2000~2008년 그리스의 연평균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12.3%로 1990~1999년 평균 1.8%에 비해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리스 재정위기는 유로체제의 뿌리를 흔드는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표면화된 지난해 말 이후 유로화는 계속 약세를 보여왔다.
 
이에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그리스 등 남부 유로존 국가들이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를 위해 수년 내에 유로화를 포기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