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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서 경제동향간담회가 있은 19일, 김중수 총재는 여지 없이 직원들을 향한 채찍을 휘둘렀다.
그는 이날 주요 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이 ‘워커홀릭(일 중독)’으로 불린다는 한 참석자의 말에 “요새 한은은 태평성대”라고 운을 뗀 뒤 “(한은 직원들이) 워낙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 일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요즘은 일이 많으니까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태평성대’나 ‘워낙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란 표현은 한은 직원들이 너무 안이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의 이같은 직원들에 대한 '쓴소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닐뿐더러 취임과 동시에 내부변화에 모든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총재는 지난달 한은 출입기자들과 만찬에서 “과거 몸담았던 조직에서는 내가 아닌 그 조직에 있는 사람이 (개혁의) 주인공이었다”며 한은 직원들에게 ‘자기혁신’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김 총재가 취임한 지 두 달째가 되어가지만 총재와 직원간의 갈등의 폭은 점점 깊어지는 듯하다.
한은 노조는 최근 대자보를 통해 "(한은 총재가) 휴일 출근을 유도하고, 이직하지 못하는 것이 직원들의 무능력이라도 되는 양 폄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과거와는 달리 요즘 사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긴 했다. 하지만 김 총재의 지나친 채찍성 발언이 직원들의 사기저하로까지 이어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미 높은 급여와 정년보장 등 ‘비경쟁 체제’에 익숙해있던 한은 조직에 '김중수식 개혁'이 과연 성공할 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