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엄마 신드롬’을 일으키며 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연극 <친정엄마>의 고혜정 작가가 또 다른 가족이야기를 무대에 올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극 <여보, 고마워>는 고혜정 작가가 자신의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당시 남편이 아내 고혜정 작가에게 보낸 편지들을 묶어 2006년 발간한 에세이 집을 원작으로 직접 각색한 또 한편의 가족이야기다.
연극 <여보, 고마워>는 철부지 전업주부 남편 ‘준수’(서범석 박준규 분)와 남편으로 인해 슈퍼맘이 돼버린 커리어우먼 아내 ‘미영’(이현경 오정해 분), 그리고 아빠가 이상형인 8살 딸 ‘지원’(주지원 분)의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 평범하지만 진솔한 가족 이야기, 그래서 더욱 진한 감동
고혜정 작가는 이 연극을 통해 남성전업주부가 증가하고 있는 현 시대의 가족상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우선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부부의 닭살스런 애정행각, 고부갈등, 부부싸움, 애들의 교육문제, 이웃주민과의 관계, 가정의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친구와의 대화 등등…
극 중 대사도 참으로 진솔하고 정확하다. "남편들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딱 세가지만 명심하면 돼. 따불까. 첫째, 따지지마. 둘째, 불평하지마. 셋째, 까불지마"라는 대사나 "살다보니 호칭이 바뀌더라. 처음에는 허니, 반쪽 이랬는데 인간아, 웬수야로 바뀌더라" 등 대사는 부부라면 누구나 생각하고 겪었을 법한 대사라 보는 이로 하여금 혀를 차며 머리를 끄덕이게 한다.
<여보, 고마워>의 매력은 바로 의도적으로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은 가족 그 자체의 빛을 살린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극적 상황을 가미한 것이 아닌 진정성 때문에, 나의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라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 개성 뚜렷한 캐릭터로 유쾌 발랄한 웃음 선사
연극 <여보, 고마워> 극 중 인물은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남편, 아내, 딸은 말할 것도 없고, 시어머니나 친정엄마, 남편의 친구나 아내의 친구, 여기에 모든 일에 지극한 관심을 보이는 이웃주민인 통장아줌마까지, 실로 겹치거나 어중간한 캐릭터는 없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극의 중간중간 관객들의 배꼽을 빼어놓는다.
서범석-이현경 커플의 연기는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박준규-오정해 커플의 연기를 보노라면 '붕어빵' 친구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듯한 친숙함도 있다. 여기에 연극 무대에서의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참으로 프로라는 찬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한 것, 있을 때 잘하라
<여보, 고마워>를 보면서 관객들이 얻은 소감은 다양한 것이다. 많은 감동과 메시지가 있었지만, 딱 한가지 정말 깊게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은 "인간의 욕망이란 죽음 앞에서 한 없이 단순해진다"는 것이라고 할까. 만년사법고시 준비생 남편에 대한 이러저러한 불만들도 위암이라는 '사형선고' 앞에서 극도로 단순해진다. "지원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대학교에 가게 되면 함께 학교를 골라주자. 결혼을 하게 되면 손잡고 예식장에 잎장해 달라" 등 함께하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남편이고 가족인 것.
이런저런 일 때문에 가족 사이가 소원해졌는가? 사랑과 신뢰의 관계에 금이 갔는가? 함께한다는 자체가 스트레스인가? 그렇다면 연극 <여보, 고마워>를 한 번 보는 것은 어떨까? <여보, 고마워>는 오는 8월 21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