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역사문화지구 지정을 둘러싼 범 현대家가와 서울시의 법적다툼에 사익보다는 공익이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현대가가 역사문화지구 지정에 따라 재산권에 손해가 예상된다며 제기한 도시관리계획변경결정 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지난 2007년 서울시가 ‘북촌 장기발전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계동사옥 부지 3만여㎡를 역사문화지구에 포함시켰으나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건설·현대중공업등 범 현대가는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서울시에 지구지정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현대 측의 사익보다는 역사적 가치 보존이라는 공익이 우선한다”라며 현대 측의 소를 기각한 것.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되면 층고제한을 받아 4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최대 6층), 기존 건물의 재건축 또한 어려워지게 된다.
이와 관련 한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범 현대가는 계동 현대사옥 일대가 역사문화 미관지구로 지정되면 1천10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근거로 지구지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라며 “하지만 대법원은 사익보다 역사경관 보호라는 명분을 우선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초 1심 재판부가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유서 깊은 장소로, 보존의 필요성이 큰 점 등을 감안해 역사문화미관지구 지정 필요성이 사익보다 우선한다고 판단했다”라며 “항소심에서도 대법원이 관련법 상 6층으로 개축해 용적률을 최대 360%까지 확보할 수 있어 사익의 침해가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에 비춰 지나치게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을 놓고 전문변호사들은 대법원의 원심 확정이 있게 되면 명확한 판례가 되기 때문에 역사문화지구를 둘러싼 유사소송에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 대기업의 사익 챙기기, 소송대란의 단초 제공
일각에서는 국내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무리한 사익강요가 소송대란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당초 계동사옥은 지상 12층, 연면적 20만4천945㎡, 용적율 392.6% 규모로 개축할 수 있었지만 지난 2007년 서울시가 한옥밀집지역인 ‘북촌’ 일대 장기발전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계동사옥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해 개축 허용범위가 축소됐다.
이에 15층 규모의 사옥을 갖고 있는 현대 측은 추가 지정 과정에서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되면 층고가 4층으로 제한돼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으나 북촌의 역사적 가치 보존이라는 공익성을 우선시하는 서울시와 첨예한 대립각을 이룬 것.
이와 관련 한옥마을 인근 주민은 “역사적 가치 보존이라는 공익보다 용적률 40%를 중요시해 소송대란이 일어난 것”이라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역사적 가치 보존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한 것은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성토했다.
대법원 또한 관련법 상 6층까지 개축범위를 확대할 수 있어 최대 용적률을 360%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익의 침해가 문화재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크지 않다고 판단함에 따라 소송대란의 단초를 현대 측이 제공했다는 일각의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역사문화미관지구를 둘러싼 서울시와 현대가의 법적다툼이 일단락됨에 따라 서울시의 북촌장기발전계획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온 만큼 장기적으로 이 일대를 한옥촌으로 유도하자는 장기적인 목적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라며 “역사문화지구에 새로 한옥을 짓거나 기존 한옥을 개·보수 할 때는 비용이 지원되고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