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LH의 부채문제는 국책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부담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공공 부문의 역할을 LH에 맡기면서 떠안겼던 부담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밝혀 LH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곧 마련될 것임을 시사했다.
보금자리주택지구나 신도시개발 등 국책사업을 진행해야 할 LH가 빚더미에 짓눌려 신규 사업 추진이 어렵고, 올 3월 결산 보고부터 LH의 부채 문제가 화두로 등장한 상황에서 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LH관계자는 “사실 LH는 정부에 여러 지원책을 요구해 왔다”라며 “택지지구의 녹지 비율을 하향 조정하고 국민주택기금의 이자율을 2%로 인하하는 방안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특성상 지금껏 LH지원 방안을 놓고 정부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세금으로 기업 빚을 갚는다는 비판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부채해소 방안은 정부입장에서도 위험부담이 크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 정부 내 소식통은 “주택기금 융자금을 출자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주택기금 이자율을 인하하는 방안 등은 국가 채무에 직결되는 문제라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다만 임대주택의 정부 지원 확대 등 대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 LH지원 방안 어떤 것이 검토되나
LH의 부채를 직접 해소하는 방안이 국가 채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만큼 정부는 그에 준하는 대안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LH가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정부 배당금을 한시 면제해 주거나, 국민주택기금에 대한 원금상환을 유예하는 등 유동성에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기업은 순이익에서 주주인 정부에 배당금을 지급하게 돼 있는데 배당을 일시적으로 면제함으로써 실질적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이번 정 장관의 발언을 기점으로 정부의 LH지원책에 가이드라인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배당금 면제나 국민주택기금 상환 연기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LH가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린 4천 억원 가량의 금액을 한시적으로 유예해주면 당장의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라며 “임대주택건설 지원 확대 등 다소 부담이 적은 직접 지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