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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 공단화…감정평가업계 ‘폭풍전야’

감정평가업계가 폭풍전야에 휩싸였다. 한국감정원을 공단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일선 감정평가사들의 반감이 거세지며 이에 대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는 감정평가 선진화를 이유로 한국감정원을 공단화하고 한국감정원의 공시지가 평가와 공적평가를 강화할 계획이지만 감정평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에 공시지가 위탁업무 감정을 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독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관계법령 개정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래새한 감정평가법인의 문영식 감정평가사는 “문제는 관계법령을 개정하지 않고 국토부 고시로 한국감정원 공단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점”이라며 “현재 우수감정평가법인으로 등록된 11개 민간업체가 경쟁을 통해 공시지가 감정을 하고 있는데 한국감정원 공단화로 독점 체제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한국감정원의 공단화 법을 만들기 어려워 우회적으로 공시지가 위탁관리 기관 변경 절차를 밟고 있다”며 “하지만 공시지가 위탁 관리업무를 한국감정원에 전적으로 이관하는 일은 민간업체를 희생시켜 공기업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성토했다.
이미 국토부가 감정평가 관련 정부 업무와 관련해 위탁기관 변경 통보 공문을 보내 위탁업무를 한국감정원으로 단계적으로 이관한다고 밝힌 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감정원 공단화…공정해지나

한편 국토부가 과다평가 등을 이유로 한국감정원 공단화를 밀어붙이는 모습이지만 관계자들은 한국감정원이 공단화된다고 해서 평가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대한감정평가법인 관계자는 “국토부의 논리는 민간업체의 감정평가는 과다평가 등 문제가 있고, 공단화 된 한국감정원의 감정평가는 공정할 것이라는 말인데 이는 납득할 수없는 논리”라며 “감정평가는 평가를 맡은 감정평가사의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객관성과 공신력을 확보해야하는 만큼 경쟁력 있는 민간업체들이 오히려 더 우수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지금껏 공공사업에서 독점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감정원이 공시지가 위탁업무까지 위임받게 되면 감정평가를 둘러싼 공신력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감정평가는 철저하게 능력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며 재개발사업에서 시장이나 군수가 감정평가업체 2개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 이후, 한국감정원이 로테이션으로 감정평가업체로 선정되는 등 독점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일선 감정평가사들 사이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가 왜곡되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 줄을 이으며 한국감정원을 공시지가 위탁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국토해양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감정평가협회의 정재홍 이사는 이와 관련 “국가 전문자격을 관리하기 위해 공단을 만드는 일은 전례가 없다”라며 “우수감정평가법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감정원에 모든 감정평가사가 수행한 감정평가에 대한 타당성 조사와 지도권을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상대책위원회 입장에서 국토부와 조율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정확히 선을 그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고 적절한 대응방안 마련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