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현금성 자산규모가 크게 늘었다. 23일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상반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교 가능한 552사의 현금성자산(현금+단기금융상품)이 지난해 연말 65조1446억원에서 올 상반기 70조9522억원으로 8.91%(5조807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0조8486억원에서 42조4406억원으로 3.90%(1조5920억원) 늘었다. 단기금융상품도 24조2960억원에서 28조5116억원으로 17.35%(4조2155억원) 증가했다.
거래소는 이들 상장사들의 현금성자산이 늘어난 데 대해 “실적개선에 따른 현금유입과 회사채발행 등 차입이 주 원인이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김기형 현대증권 연구원은“현금성자산 증가는 전반적으로 기업의 수입은 괜찮았는데 설비투자와 같은 지출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경상비 지출과 기획, 투자 등을 줄이면서 나갈 돈이 안 나가고 자산형태로 보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기업들은 안전자산으로 현금성자산을 확대하고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렸다. 투자 효과의 불확실성과 불안 심리가 더해지면서 돈을 묻어두고 관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는 내수침체와 고용시장침체를 가속화시켰다. 정부는 내수와 고용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와 대출 확대, 규제 완화 등 ‘기업 프렌들리’ 정책으로 투자확대를 독려했지만 기업들은 이러한 정책들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분석대상 기업들 가운데 제조·건설·서비스업종 회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03%에서 올 상반기 7.68%까지 올랐다. 지난해 1000원어치를 팔아 60원을 남겼지만 올 상반기에는 76원을 남긴 셈이다. 수익성이 강화되자 사내에 쌓이는 현금도 늘었다.
상반기에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한 회사도 많았다. 정부가 상반기 내내 기준금리를 2.00%로 유지한 탓에 시중금리가 낮아졌다. 실제로 AA-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해 1분기 6.85%, 2분기 5.35%, 3분기 5.59%, 4분기 5.46%, 지난 1분기 5.25%, 2분기 4.61%로 점차 하락했다. 시중금리가 낮을 경우 회사채 금리도 낮아진다. 회사채 금리가 낮으면 기업이 지출해야할 이자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앞 다퉈 회사채를 발행했고 사내에 자금이 쌓였다.
상반기 현금성자산 보유액 상위사는 현대차(7조2747억원), 포스코(6조4750억원), 하이닉스반도체(2억4137억원), 기아차(1조8850억원), 현대제철(1조7800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연말에 비해 현금성자산이 많이 늘어난 회사는 하이닉스반도체(1조851억원, 이하 증가액), CJ제일제당(7384억원), KCC(7168억원), 한국가스공사(4295억원), SK네트웍스(4279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증가율 상위 기업은 POSCO(61.35%), LG(20.11%), SK(8.45%), 현대자동차(3.73%) 순으로, 상위 기업의 순위 변동만 있을 뿐 이름이 올라간 기업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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