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한미FTA와 관련, ‘더 많은 양보(more concessions)’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양보의 분야가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주요외신 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WP)에서 이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을 시사하며 더 많은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보도가 나간 것.
주미 한국대사관 측은 위 보도에 대해 ‘양보’라고 표현한 것은 “자동차 및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할 수 있는 한국 측 입장을 자신들이 해석해서 그렇게 쓴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재협상 의제가 자동차 분야로 모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의 협정문을 고쳐야 한다고 요구해왔고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요구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쇠고기는 현행 협정문대로 유지하고 자동차에서 일정 부분 양보하는 수준에서 의제가 조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와 관련 정부관계자는 “이미 미국 측이 자동차와 쇠고기를 협상 의제로 좁히겠다고 선언한 바 있고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또한 촉박한 시간 내에 협정의 모든 부분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라며 “기본적으로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가 재협상의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국 정부 또한 쇠고기는 팔릴 만큼 팔리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 자동차에 국한해 재협상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황상 자동차 부문에서 부속협정 형식으로 재협상이 이뤄질 조짐들이 관측되고 있다.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는 9월 본격 시작되는 재협상을 앞두고 미국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시간주를 방문, 포드 사의 앨런 멀럴리 CEO 등을 만나 양국의 한미FTA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자동차 부문의 FTA협정문을 보면 한국은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8%의 관세를 FTA 발효 즉시 철폐하고, 친환경차는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도록 돼 있다. 미국은 3천cc이상 대형차의 관세는 3년에 걸쳐, 픽업트럭은 10년에 걸쳐 철폐하고, 3천cc이하 중·소형차에 대한 관세 2.5%는 발효 즉시 철폐하게 규정했다.
픽업트럭은 한국이 생산·수출하지 않는 품목임을 감안하면 미국 측의 요구 리스트에 3천cc이상 대형차나 중·소형차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을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입장에서는 검역주권이 걸린 쇠고기 재협상보다 자동차업계의 반발만 막으면 되는 자동차 분야가 의제가 되는 것이 일을 풀어나가기 쉽기 때문에 의제를 자동차 쪽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무역관계자는 “미국 측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라며 “하지만 쇠고기 수출을 포기하고 자동차에 대한 관세철폐만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자동차 업계가 입는 타격을 감안했을 때 이미 정부가 지는 싸움에 말려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