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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자진사퇴, 상처뿐인 ‘8.8개각’

김태호 자진사퇴, 상처뿐인 ‘8.8개각’
줄이어 신재민 이재훈 잇달아 사퇴

‘40대 총리’ 세대교체형 ‘8.8개각’의 서막은 끝내 오르지 못하고 상처만 남겠다.

`젊은 총리' 탄생에 이어 잠룡으로서의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결국 지명 21일만인 29일 자진사퇴를 결단했다.

이명박 정부의 ‘김태호 총리 카드’가 결국 빛을 발하지 못한 채 꺾이게 됨에 따라 후반기 국정운영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29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이상 누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광화문 개인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민께서 준 채찍을, 그 채찍을 제 스스로 달게 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신뢰가 없으면 총리직에 임명돼도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사퇴배경을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청와대는 ‘8.8개각’과 관련 김 후보자에 대해 "농민출신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며 "한 마디로 '소통과 통합의 젊은 내각'이 될 것"이라고 높은 기대감을 표했고 여권 역시 인사청문회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자심감에 차있었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죄송 청문회’라는 거센 여론의 질타 속에 김 후보자에게는 ‘양파총리’라는 각종 의혹에 제기, 분위기는 급반전하게 됐다.

이후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 외에도 '잦은 해외여행 및 93만원 고액 하루숙박비', '담보 없는 10억 정치자금 대출', ‘부인의 뇌물수수’, ‘불투명한 금전 거래와 재산관리 문제’ 등 결국 여권 내부에서도 불신이 터져나왔다.

지난 27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참석 의원들 중 절반 이상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자 당일 임명동의안 채택 계획을 9월 정기국회로 연기하는 등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혼란의 늪에 빠졌다.

◆ 김 후보자 자진사퇴, 낙마 결정타 ‘박연차 게이트’ 의혹

급기야 청문회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만난 시점에 대해 말을 바꾸면서 위증논란까지 일며 최악의 여론공세에 몰렸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청문회 답변보다 이른 2006년 2월에 박연차 사장과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인터넷 언론에 공개, 결국 ‘김태호 불가론‘이 여당내서도 더욱 힘을 받게 됐다.

결국 김 후보자는 이날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는 확실한 신념으로 백의종군의 자세로 최선을 다해서 도울 것”이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지명 21일 만에 낙마자의 길을 택하게 됐다.

이후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도 바로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 사람의 사퇴 의사를 전달받고 이를 수용, 곧바로 후임 후보자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 후반기의 가장 큰 핵심 과제가 ‘당정청 소통강화’인 것을 감안하면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전까지 ‘죄송청문회’의 불신이미지를 극복하려는 자구책인 셈이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당은 이번을 계기로 국민의 뜻을 더욱 겸허히 받들어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서둘러 ‘8.8개각’ 상처치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안 대변인은 특히 “이명박 정부의 집권후반기 국정운영기조인 '친서민 중도실용'을 강화하고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실천적 국정운영을 펼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 대변인은 이어 "관련 부서의 공직자들은 해당 국무위원들의 공석으로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며 "야당도 정부 여당의 진심을 이해하고 국정운영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은 김태호 총리후보자 자진사퇴 관련해 “국민을 위해서나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 잘한 결정”이라며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며 “아직 젊으니까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조영택 대변인은 “이런 마당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입장표명이 아직 없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조현오 후보자의 조속한 자진사퇴를 다시한번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조 대변인은 특히 “청문회 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며 “공직자로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최소한의 윤리의식마저도 저버린 인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임효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