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16일 서울 장교동 그룹 본사와 여의도 한화증권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 당했다. 의혹을 들여다보면 최근 한화그룹이 공언했던 ‘상생’의 의미를 무색케 한다. 한화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중인 서부지검은 한화그룹 측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자금을 조성해 김승연 회장과 친인척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서 기업 총수들이 모여 대통령과 ‘상생’결의를 다지던 것이 불과 며칠되지 않았다. 한화그룹 압수수색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그동안 숱하게 대기업들의 각종 비리와 부패 소식을 접해왔던 터라 오히려 무덤덤한 반응이다.
‘신뢰’를 경영이념 중 하나로 꼽는다는 한화가 계열사와 중소업체들과의 ‘상생’이 아닌 측근들과 은밀하게 ‘상생’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화의 기업 이미지는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추락할 수 있다.
특히 몇해 전 김 회장은 둘째 아들의 보복성 폭행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돼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때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국민들로부터는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후 김 회장은 특유의 카리스마적인 경영수완을 보이며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며 이미지 쇄신에 필사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이번 비리 의혹이 아직 혐의를 수사중이며, 정황상 확실한 증거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기업 비리 ‘의혹’ 소식만으로도 국민들 입장에선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한 ‘배드뉴스’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대기업과 총수에 대해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는 존경받는 ‘오너’가 아니라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재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대기업의 이미지 쇄신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해마다 나오고 있고 최근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무드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자금 의혹은 사회적 ‘화해’ 추세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더 이상 ‘상생’ 외침이 공염불 되지 않도록 대기업과 경영자가 냉정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