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검찰이 태광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사정당국과 재계 간의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현 정부가 최근 정권 중기를 지나면서 차기 정권을 염두에 둔 친서민정책 일환으로 대기업 전반에 대한 사정수사를 벌일 것이라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이번 태광그룹 압수수색이 지난달 한화그룹 압수수색의 연장선에서 정부가 본격적인 대기업 사정수사에 돌입했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일단 첩보에 의한 인지수사라며 대기업 전반에 대한 사정수사와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재계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검찰이 지목한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의 혐의는 업무상 횡령·배임, 증여세와 상속세 포탈, 비자금 조성 등 기존의 일반적인 재계 수사와 맥락을 같이 한다. 혐의 사실여부는 향후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재계가 주목하는 점은 이러한 혐의가 이미 태광산업 소액주주인 서울인베스트에 의해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는 점이다. 특히 이 회장이 아들 현준군(16)에게 지분을 편법 상속·증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티시스(전 태광시스템즈) 설립이 지난 2004년에 일인데 그동안 이를 모르다가 최근 첩보를 입수했다는 검찰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2004년 이 회장은 자본금 5000만원(1만주)을 들여 태광의 계열사로 티시스(전 태광시스템즈)를 설립한 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이 이를 아들 현준군에게 전량 인수하도록 해 현준군이 지분 49%를 보유, 2대 주주가 되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 회장은 자신과 아들 현준군이 100% 지분을 나눠 보유한 티시스, 티알엠(전 태광리얼코) 등을 통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현준군이 사실상 태광그룹을 지배할 수 있도록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 티시스는 태광산업의 지분 4.51%와 대한화섬 지분 3.56%를 보유하고 있고, 현준군은 이외에도 한국도서보급, 동림관광개발, 티브로드홀딩스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도 각각 49%, 39%, 8%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이 회장은 강원도 춘천 소재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계열사들에게 회원권을 고액에 구매하도록 해 골프장 건설자금을 편법적으로 모으는 과정에서 계열사들에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밖에도 이 회장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선친으로부터 태광산업 주식을 상속 받을 때 태광산업의 자사주 형태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차명주식 일부를 현금화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상당한 액수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점도 수사 대상이다.
한편 태광그룹 측은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