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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기업 담합, 걸려도 그만인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2006년부터 올해7월까지 공정위 의결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담합 사건은 총79건이었다. 그런데 이 중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15건에 불과했고, 담합에 가담한 회사 대표와 임직원에 대한 검찰 고발은 4건에 불과했다.

경제사범에 대해 우리 사회와 법이 유난히 관대하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도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확히는 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앞서 지적에 대해서도 수정돼야 할 부분도 사회가 관대한 것이 아니라 법이 관대한 것이다.

5년간 기업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추정액은 11조4603억원에 이른다. 반면 기업들이 담합으로 인해 부과 받은 과징금 총액은 1조3739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소비자 피해 추정액과 비교했을 때 겨우 12%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사회와 국민들은 노할 수밖에 없다. 분기 실적 때마다 일반 국민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을 거둬 들이는 기업의 돈 잔치 상당액이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간 돈인 것이다. 담합 사건에 적발된 품목을 보면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다. 밀가루, 휘발유, 설탕, 보험료,LPG, 소주 등 서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필수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나 담합 사건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해 관련 업종의 상위권 업체들이 대부분 연루돼 있다.그러나 대기업의 경우에도 과징금은 소비자 피해 추정액의 약 14%에 불과했고,소비자 피해 추정액도 7조5042억원으로 전체 소비자 피해 추정액의 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들의 담합은“걸려도 불법으로 탈취한 돈의 일부만 돌려주면 된다, 걸려도 그만”이라는 그릇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