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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놓고 건설업계-제철사 갈등 심화

철근을 놓고 제철사와 건설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현대제철이 건설업체들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 등을 이유로 1일부터 철근 출하를 자제키로 하는 등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요 건설사들의 자재구입 담당 실무자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 관계자는 1일 "9월 들어 철근 원자재인 철스크랩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지만 이를 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제강사들이 적정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폭리를 취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현대제철, 원자재가 상승 영향

현대제철은 보도자료를 통해 "건자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11월부터 철근 출하를 자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제강업계와 건설사들이 철근가격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건자회 회원사들이 불매운동 등 불공정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양측은 철근값 인상 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급중단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고장력 10㎜ 현금가 기준으로 2월 공급분의 경우 t당 72만1000원, 3월 공급분은 t당 74만1000원에 합의해 철근공급을 재개시켰다.

이후 △4월 t당 78만원 △5월 t당 78만원 △6월 t당 76만원 △7월 t당 72만원 △8월 t당 71만원 등으로 가격 조정에 합의했지만 9월 이후 공급분 가격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건자회는 9월과 10월 공급분 모두 t당 71만원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제강업계는 9월은 t당 76만원, 10월은 t당 79만원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8만~10만원 정도의 가격 입장차를 보이는 것은 제강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니면 건설사들이 무리한 가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현재 제강업체들이 철근부분에서 적자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건설업체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제철은 이와 관련해 "7월 말 철스크랩 가격이 t당 360달러에서 9월 중순 415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강세인데다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제조원가가 상승해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 건설업계, 시기 부적절

건설업계는 이 같은 주장이 억지라고 반박했다. 원자재인 철스크랩을 선박으로 수입해 제품으로 출하하기까지 2~3개월 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인상 시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자회 관계자는 "6월에 36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철스크랩이 8월에 국내에 들어와 제품으로 출고된게 9월"이라며 "철근값 인상이 원자재 가격 때문이라면 9월 공급가는 오히려 떨어 트리는게 이치에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제철의 최근 철근값 추이를 보면 철스크랩 가격에 25만원을 더하고 있는데 환율과 6월 원자재 가격을 감안하면 9월 공급가는 68만~69만원 수준이 되는게 맞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자회는 철근 불매운동을 건자회가 조장하고 있다는 제강업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건자회 관계자는 "일부 제강사들이 건자회가 소속 회원사들에 9~10월 철근값을 71만원으로 통일하고 현대제철이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결제를 미루고 이월시키자는 등 담합을 종용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같은 문자 메세지는 보낸 일도 없고 보내서도 안되는데 그 출처가 어딘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건자회는 2일 비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철근공급 중단 상황에서의 자재 조달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