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럽중앙은행(ECB)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 저녁(한국시각 8일 새벽) 집행이사회 긴급 화상회의에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더욱 심각해진 유로 채무 위기를 저지하기 위해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는 이날 회의 종료 후 성명을 통해 “채권시장프로그램(SMP, 발행시장이 아닌 유통시장에서 유로화표시 국채 등을 매입하는 정책)을 시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재정적자 위기의 중심이 된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재정구조 조정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내놓은 것을 환영하며 양국 정부는 조속히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국채 매입의 주 대상국가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회의에 참여한 유로존 관계자를 인용해 ECB가 ‘시장에 단호하게 개입’키로 결정했으며 유로존 3위·4위 경제규모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상당한 규모로 집중 매입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ECB와 유로 중앙은행들이 아시아 금융시장이 8일 개장하면 이탈리아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ECB는 또 이날 회의에서 모든 유로존 정부들에 지난달 21일 정상 회담에서 동의를 구한 조치들에 대해 요청했다. 여기에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으로 유통시장에서 국채 매입을 허용토록 하는 것도 담겨져 있다.
한 소식통은 ECB 집행이사회가 긴급 접촉에서 이번 위기가 민간은행의 핵심 '돈줄'인 머니마켓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6개월 시한부의 특별 유동성 공급 방안도 협의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로 양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상황에서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8위, 유로권에서는 3위인 이탈리아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는 문제를 놓고 그동안 ECB 안에서 내분이 빚어져 왔다.
그러나 미국의 전격적인 등급 강등 속에 스페인 및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이 14년 사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이들 유로국의 자력 차입이 한계에 봉착하는 파국적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7일 두 나라 정상 긴급 접촉 후 지난달 유로 특별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을 "신속하게 전면 이행하길 원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물꼬가 터진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