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과 유럽이 세계화로 인해 타격을 입고 있으며, 이러한 가운데 경제 전략과 리더십 부재로 시장의 신뢰도 상실했다고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과)가 주장했다.
삭스 교수는 18일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세계화의 대실패'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유로존과 미국 시장의 신뢰 붕괴 이면에는 경제전략과 리더십의 실패가 존재한다"면서 "유럽과 미국 정부가 세계 자본시장이 처한 현실과 아시아와의 경쟁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미국과 유럽의 고용은 저금리와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부추겨진 주택건설에 의해 유지됐지만, 지금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술 숙련도를 높이고 수출을 늘리며 인프라 및 저탄소 에너지에 대한 공공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삭스는 세계화로 인해 제조업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물론 산업 전반에서 신규투자까지 국제 경쟁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세계화로 인한 치열한 경쟁이 신흥국과 후진국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선진국에게도 큰 타격이 됐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슈퍼 리치'들이 신흥시장의 새로운 고수익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고, 고수익과 고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이도록 자국 정부를 설득해 조세 피난처를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경제와 재정 상황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인프라 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장하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예멘 등에 대한 군사개입으로 낭비되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외 조세 피난처 등으로 빠져나가는 개인 고소득자와 기업 이익에 세금을 부과해 중기적으로 균형예산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삭스는 미국과 유럽의 지도자들을 향해서도 "최근 미국과 유럽은 성장전략은 전무한 상태에서 겁먹고 빚에 눌린 소비자들이 필요하지도 않고 능력도 없지만 다시 주택 구매에 나설 것을 희망하고 있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또 "과감하고 공조적 리더십이 부활하지 않는 한 안타깝게도 이러한 글로벌 경제 현실은 일자리 상실과 자본 고갈로 이어질 것이고 금융시장은 심각한 고통과 불확실성 속에 요동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