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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유로본드, 재정 위기 해결 근본 대책 아냐"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로존 재정 위기의 해결책으로 일각에서 제안하고 있는 유로본드 도입은 강력한 정치통합이 수반되지 않으면 재정 위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했다.

유로존 재정 위기 논의 과정에서 믿을 만한 정보들을 제공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위르겐 슈타르크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일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와 한 인터뷰에서 유로본드 도입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유로본드 도입에 대해 "재정이 안정적이고 굳건한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재정이 덜 굳건한 국가들의 신용등급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유로본드 도입은 재정이 어려운 국가가 재정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유인들을 줄인다"면서 "보다 강력한 정치통합이 수반되지 않은 유로본드 도입은 문제 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게 아니라 증상을 치유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역설했다.

유로본드가 현재 재정 위기에 빠진 나라들의 문제를 잠시 해결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재정 위기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즉, 유로본드를 통해 재정 위기를 해결해줄 경우, 그것이 오히려 재정 위기에 빠진 나라가 자신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완전히 치유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로본드 도입이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하는 대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작용들을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정치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개별국 재정정책에 대한 보다 강력한 통합체계를 만들고 `유럽 재무장관'에게 개별국 재정정책에 개입할 수 있는 직접적 권한을 부여하는 정치적 결정이 이뤄진 후라면 유로본드 도입이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런 정치적 결정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강력한 `유럽 재무장관'의 출현에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슈타르크는 유로본드 도입 제안은 "위기에서 쉽게 벗어나려는 시도"라며 "고통 없이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유로본드는 상처에 밴드를 붙이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