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리비아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최후거점인 수도 트리폴리의 대부분을 장악하기 시작, 42년 동안 무너지지 않았던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군은 20일부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합동으로 트리폴리 진격 작전을 벌인 끝에 카다피의 아들이 지휘하는 트리폴리 외곽의 정예부대를 손쉽게 격퇴하고 21일 밤 트리폴리 시내에 입성, ‘녹색광장’ 등을 장악했다.
21일(현지시간) 트리폴리에 입성한 반군은 자신들이 카다피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카다피의 근거지인 트리폴리의 함락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반군 측은 또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과 3남인 알-사디를 생포했다면서 카다피 정권이 몇시간 내로 붕괴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21일 벵가지에서 가진 알-자지라 TV와 인터뷰에서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이 붙잡혔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사이프 알-이슬람의 생포 소식을 확인했다. 루이스 모레노-오캄포 ICC 수석검사는 이날 언론과 전화통화에서 "사이프가 체포됐다는 기밀 정보를 전달받았다"며 "사이프가 곧 (ICC가 있는) 헤이그에 도착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어공주(mermaid)'라는 작전명 아래 트리폴리 입성에 성공한 반군은 이날부터 카다피 축출을 위한 최후의 결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토의 공습 지원과 해상작전 등을 포함해 육해공 입체작전을 펼쳐온 반군은 조만간 카다피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야 요새로의 진격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카다피는 여전히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히면서 투항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카다피는 리비아 국영TV가 21일 밤(현지시각) 방송한 녹음연설에서 "우리는 결코 트리폴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사항전해 신의 은총으로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서방 각국도 카다피 정권의 붕괴가 머지않았다고 판단하고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카다피 정권은 분명히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도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가 목격한 트리폴리의 상황은 카다피의 종말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 역시 성명을 내고 "카다피의 시대는 며칠 남지 않았다"면서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 국가위원회(TNC)가 `포스트 카다피' 체제 수립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