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워런 버핏이 위기에 빠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미국 최대의 은행 가운데 하나라 리먼 브라더스 사태처럼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는 BoA에 전격적인 투자를 결정, 일단 미국 경제가 큰 시름을 덜게 됐다.
버핏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골드먼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해 금융위기 극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요 외신은 25일(이하 현지시각)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5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BoA는 버핏의 이번 투자에 대해 주당 6%의 배당 수익률을 보장해주기로 했고 버크셔 해서웨이는 BoA 보통주 7억주를 주당 7.14달러에 살 수 있는 권리도 얻었다.
버핏은 미국의 경제 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BoA의 주가가 많이 내려가 투자 대상으로 매력이 있다고 판단해 주식을 샀다"면서 "목욕을 하다가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라 BoA의 최고경영자(CEO)인 브라이언 모이니핸에게 투자 의사를 전했고 24일 합의를 했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빅5'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를 3년 전 인수하는 등 급성장해온 미국 굴지의 상업은행 BoA는 최근 심각한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었다.
BoA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8월에만 두 배 뛰었고, 지난 23일에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435bp(1bp=0.01%)까지 치솟았다. 이는 BoA가 파산할 때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면 4.35%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가도 폭락했다. 주가가 올해 60% 넘게 떨어졌으며, 23일 장중에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6.01달러까지 추락했다.
급기야 지난주에는 비용절감과 구조조정 차원에서 다음달까지 직원 3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위기의 근원은 주택저당증권(MBS)이다. AIG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BoA에서 산 모기지 투자상품 가격이 과대 포장됐다며 BoA를 상대로 100억달러 소송을 내면서 악재가 불거졌다.
BoA는 2008년 인수한 자회사 컨트리와이드의 주택담보증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다른 기관투자가들과도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158년의 역사를 지닌 리먼브러더스가 수천억 달러의 MBS를 감당하지 못해 2008년 9월15일 파산했다. BoA가 MBS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한국투자증권이 확보한 작년 11월 자료를 보면, 미국 대형 은행들이 1천340억 달러 규모의 MBS 관련 위험을 지고 있으며 이중 BoA의 예상 손실액이 352억 달러로 가장 컸다.
이런 가운데 BoA가 최근 국외 카드 사업부문과 대출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고, 감원하는 등 현금 확보 움직임을 보이자 위기설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르면 금주에 JP모건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뉴욕증시 개장 전에 버핏의 투자발표가 전해지면서 BoA 주가는 장중 20% 이상 오르기도 했으나 상승폭을 줄이며 전날보다 9.44% 급등한 7.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