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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눈길 버냉키서 오바마로 이동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세계 금융시장의 눈길이 이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입으로 향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 주말 잭슨홀 연설에서 3차 양적완화나 이를 대체할만한 아무런 통화정책을 내놓지 않은데다, 연준이 내놓은 2차례의 양적완화라는 카드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경기불황을 타개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내놓는 광범위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통화정책으로는 미국 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해 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부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지만, 버냉키 의장조차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버냉키도 이번 연설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오바마 대통령과 국회 등 정치권으로 넘겨 놓은 상태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5일 예정된 노동절 연설에서 여러 가지 경기부양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초 끝나는 고용세 감면, 실업급여 지급기한 연장 등의 조치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한 소득세 인하 등 일자리 창출방안과 인프라은행 설립, 주택시장 개선,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신속처리, 바이오 투자 등도 오바마가 제시할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론 추가 경기 부양을 실시할 경우 단기적으로 재정수지가 악화될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재외 군사작전 규모 축소, 임의적 지출 동결, 탈세 방지를 위한 세제개편, 부자 감세 철회를 통한 세수증대와 비용축소로 대치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11월 말로 예정된 1조5천억원의 재정감축안보다 더 큰 규모로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증세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경기부양으로 늘어나는 부채를 더 큰 폭으로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과감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크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은 버냉키 의장의 시간 끌기로 일단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기에서 더 크게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을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