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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제조업, 2009년 이후 올해 가장 부진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전 세계의 제조업이 2009년 중반 이후 가장 저조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미국과 중국의 PMI가 소폭했지만 전반적인 제조업 침체를 막지는 못해 세계 경제가 올하반기에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이 추가 경기부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세계 제조업 PMI 50.1

로이터에 따르면, JP 모건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및 러시아 등의 데이터를 취합해 산정하는 세계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8월에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한 50.1이었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것인데, 8월 수치는 여기에 간신히 '턱걸이'한 수준이다.

JP 모건의 데이비드 헨슬리는 로이터에 "8월 지수는 전 세계 제조업이 올 하반기를 미약하게 출발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위 지수인 신규 주문의 경우는 7월에 49.9이던 것이 8월에 49.4를 기록하며 0.5포인트 더 떨어졌다. 이는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 유로권, 중국, 영국 및 브라질의 신규 비즈니스가 더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유로권 제조업 PMI 49

유로권의 제조업 지수는 1.4포인트나 떨어졌다. 마킷 이코노믹스가 분석한 유로권 제조업 PMI에 따르면, 7월에는 50.4를 기록했던 PMI가 8월에는 49로 하락했다.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돈 것이다.

가디언은 당시 유럽이 침체에 허덕였다면서, PMI 지수가 50 이하로 떨어짐으로 유로권이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 유로권 경제 위축으로 한국과 대만 등 전 세계 타격

로이터도 유로권 제조업 지수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위축 국면을 보였다면서 앞서 나온 한국과 대만의 신규 수출 주문 지수들도 급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로권 경제 위축의 파급 효과가 한국과 대만 등 주요 수출국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2일 '세계 경제 회생 희망이 타격받고 있다'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아시아, 유럽 및 미국의 PMI를 조사한 결과, 제조 부문과 신규 주문이 모두 2009년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그리고 2009년 중반 시점은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힘겹게 벗어나던 때였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블룸버그 TV 회견에서 "미국뿐 아니라 유로권과 영국도 성장이 둔화되는 국면에 도달했다"면서 "내년의 더블딥 가능성을 60%로 본다"고 밝혔다. 또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도 소진됐다"며 전 세계 경제가 더블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과 중국은 상대적 양호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상대적으로 제조업 상황이 나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국의 PMI 지수가 양호하게 나온 점이 주목할만 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게 누그러지게 됐다.

미국의 경우, 전미구매관리협회(ISM)가 산정한 PMI 지수가 8월에 50.6으로 나타나 예상치인 48.5를 2포인트 이상 크게 웃돌았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의 닐 뒤타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런 지표는 미 경제가 미약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붕괴되지는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이젤 골트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로이터에 "미국이 미약하나마 성장을 이어간다는 증거"라면서 "침체에 빠지면 통상적으로 지수가 40포인트 전반 수준으로 주저앉는 점"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8월에 기록한 PMI 지수 50.6은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서 장밋빛 전망을 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예상보다는 양호한 상태지만, 그렇다고 미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는 아직 어렵다는 것이다. 백악관에서도 하반기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한 상태다.

중국의 경우는 8월 공식 PMI가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한 50.9인 것으로 1일 발표됐다. 이러한 8월 수치는 로이터와 블룸버그의 전문가 예상치 평균 51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의 팅 루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란 우리의 판단은 불변"이라면서 중국이 올하반기 연율 기준 약 9%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 또한 물가상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세계 경제 하강 국면을 반전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태다.

◇ 중앙은행 경기부양책 가능성 높아져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는 1일 주요 지역의 제조업이 일부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부진함에 따라 중앙은행이 또다시 경기부양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ING 그룹의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유럽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신규 제조업 지표들은 세계 경제가 또다른 슬럼프에 빠질 위험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중앙은행을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중앙은행이 진정으로 또다시 개입하길 원하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