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 국채의 70% 이상이 5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이를 상환 또는 차환하는 문제가 미국 재정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신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국은 만기가 5년 안에 돌아오는 국채가 70% 이상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율 49%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미국이 발행해 유통하고 있는 국채는 현재 모두 9조달러 규모로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7년 말의 5조달러에 비해 거의 2배 증가했다. 금융 위기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로 엄청난 구제가 불가피했던 것이 국채가 2배 이상 늘어나는 주요 원인이 됐다. 하지만 이 가운데 70%는 상환이나 차환을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차환의 경우,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달러 위상 추락에 대한 투자자 우려 때문에 과거처럼 쉽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피프스 써드 애셋 매니지먼트의 수석 채권시장 애널리스트인 미치 스태플리는 미국의 채무가 이처럼 급증한 상황에서 미국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떨어지면 차입 비용이 크게 늘어 가뜩이나 심각한 재정에 더욱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태플리는 "그간의 채권 차환을 보면, 미국이 장기 채무를 단기채로 제대로 해결한 경우가 없다"면서 "미 재무부가 상환을 연장해오기는 했으나 문제는 장기채 물량이 엄청난 장기채무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국채 차환이 어려워지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하지만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강행했음을 지적하면서 달러 위상이 크게 흔들려온 상황에서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제와 금융 불안이 계속되면서 대안이 마땅치 않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미 국채를 선호함으로써 가격과 반대로 가는 수익률이 10년 만기물의 경우 현재 2%에 근접했지만, 이런 추세가 마냥 이어지리란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과 애셋 매니저 14명으로 구성된 미 재무부 자문 기구인 국채차입자문위원회(TBAC)는 8월 보고서에서 "기축통화란 그것이 가진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지 '그나마 이것이 최선'이라는데 기반해서는 안된다"면서 그러나 "현실은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달러'라는 허울 좋은 승리"라고 강조했다.
야뉴스 펀드의 채권시장 전략 책임자 콜린 덴즐러는 재무부가 지난 2009년에는 채권 상환 기간을 평균 50개월 미만 연장했으나 지금은 62개월로 늘었다면서 이런 상환 장기화 추세가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상적으로 저금리 때 채권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유동성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면서 많은 투자자를 흡수할 만큼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투자자의 불안을 상대적으로 흡수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그는 "20년은 30년에 비해 그만큼 불안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라면서 "(투자자에게) 10년의 차이가 엄청난 잠재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