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외 실물경제 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장률 전망치는 물론 기업이익 예상치도 나빠지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 폭도 대폭 줄어들었다.
미국과 유럽 경제는 이미 더블딥을 우려해야 할 상황까지 됐고,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 우리나라 실물경제 위축 심각
우리나라 8월 무역수지 흑자는 8억2천100만 달러로 7월의 63억1천600만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의 광공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늘었으나 전월보다는 0.4% 줄었다. 이러한 지표는 실물경제가 지난달보다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나빠지고 있다. 특히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IT 산업이 추락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의 정보기술(IT) 분야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연결재무제표 기준)는 4조5천894억원으로 한 달 전의 전망치인 5조3천757억원보다 14.6% 줄었다. 통신서비스는 23.4%, 유틸리티는 7.4%, 산업재는 3.2% 각각 줄었다.
기업별로는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13억원으로 8월 초 1천410억원에 비해 무려 99.1%나 줄었다. 이 업체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6월 초 5천814억원, 7월 초 4천126억원이었다는 점에서 충격 그 자체다. 거의 적자가 안나면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것이다.
LG이노텍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이달 초 현재 81억원으로 한 달 전의 308억원보다 73.4% 줄었고, D램 가격 급락의 여파로 하이닉스는 3천426억원에서 1천88억원으로 68.3% 감소했다.
◇ 미국ㆍ유럽 경제 심각
미국과 유럽의 실물경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JP 모건이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및 러시아 등의 데이터를 취합해 산정하는 세계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8월에 전달보다 0.6포인트 하락한 50.1이었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것인데, 8월 수치는 여기에 간신히 '턱걸이'한 수준이다.
하위 지수인 신규 주문의 경우는 7월에 49.9이던 것이 8월에 49.4를 기록하며 0.5포인트 더 떨어졌다. 이는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다. 미국, 유로권, 중국, 영국 및 브라질의 신규 비즈니스가 더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고용지표도 최악으로 나타났다. 새로 생겨난 일자리에서 사라진 일자리를 뺀 8월의 `순 신규 고용'이 0으로 집계됐으며, 이에 따라 실업률은 9.1%로 전월과 같았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약 6만명 증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 예상치는 6만5000명 증가였고, 골드만삭스는 2만5000명 증가를 예상했다. 월간 신규고용이 0을 기록한 것은 1945년 2월 이후 약 66년 만에 처음이며, 10만개 가까운 일자리 감소를 기록했던 2010년 9월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부진한 고용지표로 인해서 전 세계 증시가 다시 한 번 혼란에 빠졌다.
지난 1일에는 미국 백악관이 올해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1% 후반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 2월 2.7%에서 1.7%로 축소된 것이다.
유럽도 경제가 위험한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마킷 이코노믹스가 분석한 유로권 제조업 PMI에 따르면, 7월에는 50.4를 기록했던 PMI가 8월에는 49로 하락했다. 2009년 9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돈 것이다. 가디언은 당시 유럽이 침체에 허덕였다면서, PMI 지수가 50 이하로 떨어짐으로 유로권이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독일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보다 0.1%, 작년 동기보다 2.8% 각각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그리스(-5.05%)나 포르투갈(-0.55%) 등 `문제국가'들의 경제는 지난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재정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노르웨이의 국내총생산(GDP)도 0.4% 줄었다.
일본의 2분기 GDP는 작년 동기보다 0.92% 감소했다.
◇ 中ㆍ브라질 등 신흥국도 타격 조짐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에 잘 버텼던 중국이나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에도 실물경제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8월 제조업 PMI는 50.9로 5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장 예상치(51.0)를 밑돌았다. 특히 신규수출주문지수가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48.3을 나타내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브라질 경제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동기보다 3.1%, 전분기보다 0.8% 증가하는데 그쳐 성장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연간 성장률도 기존 전망치보다 낮은 3% 중후반 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 경기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에 전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동률, 산업생산, 소매 등 전반적인 상황이 나빠졌다. 내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탄탄하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던 브라질 경제도 세계 경기침체 악영향을 받은 것이다.
러시아의 2분기 성장률은 브라질과 유사한 3.4%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