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 정부가 스위스은행들에 탈세 혐의가 있는 자국 고객들의 계좌 정보를 넘겨 달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스위스 현지 언론들이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 법무부의 제임스 콜 부장관은 지난주 미국의 부유한 시민권자들의 탈세를 도운 크레디 스위스와 다른 스위스 은행들에 관련 고객 정보를 미 사법당국으로 넘겨 줄 것을 공식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이번 사건을 "미국과 스위스 간 은행 비밀주의를 둘러싼 재충돌"이라고 평하면서, "미국 측의 조치는 한때 철통 같았던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를 다시 한번 무력화시키기 위한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측이 요구하는 것은 크레디스위스, 줄리우스바에르 등 5개 은행에 지난 2002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미화 5만 달러 이상을 예치한 미국 고객의 명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은 만일 이에 따르지 않으면 한 개 이상의 은행에 대한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혔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법률적 조치는 2년 전 미 사법당국이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미국 시민권자들의 탈세를 지원한 혐의로 기소한 것과 유사한 조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UBS는 미국내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7억8천만 달러(약 8천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고, 250개 이상의 고객 계좌 정보를 미국 측에 넘겨주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스위스 연방정부는 양국 간 갈등 해소를 위해 4천450개 계좌 정보를 추가로 넘겨줬다.
UBS가 계좌 정보를 넘긴 이후 이탈리아,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도 탈세 혐의가 있는 자국 고객들의 계좌 정보를 넘겨달라고 잇따라 요구하고 나서는 등 300년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주의는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크레디스위스 등 스위스 은행들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USB 벌금의 3배가 넘는 약 25억 달러 상당의 벌금형에 처해질 것으로 스위스 은행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