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로존의 재정 위기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유로존 은행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역내 은행간 단기대출 시장에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유로존 국가들의 정부부채 문제가 더 나빠져 채권 회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불안이 시장에 퍼지면서 은행들이 돈을 꽉 움켜쥔 채 상호 단기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금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 주 들어 유럽 은행의 단기 자금 사정을 나타내는 지표인 3개월 물 유리보(Euribor·유로존 은행간 금리)와 OIS(초단기 대출금리) 금리차(스프레드)가 지난 6일 0.78%포인트(78bp)까지 치솟았다.
8일에는 유리보-OIS 스프레드가 74bp로 4bp 좁혀졌으나, 지난주 중반에 비해 여전히 10bp 높은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유럽 은행들 사이에 자금조달 비용이 커져 여신이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고 유럽중앙은행(ECB)에 예치해 놓은 금액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6일 ECB 예치금은 1천690억유로(약 2천350억달러)로 집계돼 작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15일 기준 ECB 예치금이 49억8천만유로였음을 감안하면 33배 이상으로 엄청나게 폭증한 것이다. 유럽에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는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당시 역내 은행들의 ECB 예치금은 거의 제로(0)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앞다투어 ECB에 돈을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FT는 특히 최근 몇 주 동안 이탈리아 정부의 경제개혁 단행 의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고조되면서 이탈리아 은행들이 (단기대출) 시장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금 증액과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축소 등 다양한 경제개혁을 추진했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 속에 크게 뒤로 후퇴하고 있다.
최근 그리스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금리가 치솟으며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91%까지 치솟는 등 유로존 재정 위기가 계속되고 있어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