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임박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디폴트 가능성은 98%까지 치솟았다.
이에 그리스 정부가 추가 긴축안을 발표한 데 이어 '그리스 포기설'의 진원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통제되지 않은 지급불능(uncontrolled insolvency)' 사태를 막는 게 최우선 순위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 CDS 프리미엄... 5년내 부도 가능성 98%
그리스 디폴트가 임박했다는 소문은 그리스 국채금리를 사상 최고로 끌어올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오후 그리스 2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0.78%포인트 오른 70.33%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는 사상 최고인 76%까지 치솟았다.
또 10년물 국채금리도 24.21%를 나타냈다. 장중 한때는 사상 최고인 25.01%까지 급등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시장에서 그리스 5년물 국채의 디폴트에 대비한 비용은 5년내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을 98%로 예상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 獨 총리, 디폴트설 진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위기설이 유럽 증시에 영향을 미치며 위기가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이날 현지 라디오방송 RBB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 안정을 유지하려면 유로존에서의 `통제되지 않은 지급불능(uncontrolled insolvency)' 사태는 피해야 한다"며 그리스 디폴트 설을 진화하려 애썼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통제되지 않은 지급불능 사태를 피하는 게 최우선 순위"라며 "이는 그리스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다칠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통제된 지급불능' 사태는 유럽재정안정기구(EFSF)를 대체하는 상설 구제금융 체계인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출범하는 2013년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특히 `그리스 부도설'을 촉발한 자국 관료들의 발언을 의식한 듯 "모든 이들이 매우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필요치 않다. 불확실성이 이미 너무 큰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필립 뢰슬러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전날 독일 일간지 디 벨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유로화를 바로 세우려면 단기적 관점에서 여하한 점도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리스의 `질서 있는 디폴트'를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그리스 포기설'을 확산시킨 바 있다.
◇ 그리스 추가 긴축안 발표, 트로이카 실사 재개
메르켈 총리는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IMF)의 실사가 이번 주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디폴트 임박설은 유로존·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구제금융 6차분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트로이카의 실사가 중단되면서 불거졌다. 독일 정부 등이 실사 중단은 그리스가 모든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걸 확인한 때문이라며 "모든 조건이 충족되기 전까진 차기분 집행이 없을 것"이라고 버티면서 증폭됐다.
이로 인해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정부는 전날 부동산에 특별 세금을 부과하는 추가 긴축안을 발표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또 지난 11일 연설을 통해 "정부의 최우선순위는 국가 부도를 막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우리는 유로존에 남을 것이며, 이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긴축안에 대한 앙해를 호소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우리가 긴축 의무를 다하기 위해 충당해야 하는 규모는 20억유로"라며 부동산 특별세 부과를 통해 20억 유로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리스가 추가 긴축안을 내놓은 데 이어 트로이카가 실사를 재개하는 수순을 보임에 따라 독일 등과 그리스가 벌인 물밑 협상이 차기분을 집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과 유럽 구제금융체계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기능 확대 등을 담은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사항에 대한 유럽 각국 의회의 승인 절차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요인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