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중국이 재정위기에 빠진 이탈리아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13일(현지시간)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경제장관이 지난주 로마에서 중국 최대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러우 지웨이(樓繼偉) 회장과 면담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언론보도를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우 지웨이 회장이 이끄는 CIC 대표단 일행은 트레몬티 장관과 만나 이탈리아 국채 구매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이탈리아 전략 산업에 투자되는 공공기금을 관리하는 CDP 대표들과도 면담을 가졌다.
이탈리아 경제부 대변인은 이번 면담이 "(이탈리아 정부의) 자금 차입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앞서 비토리오 그릴리 이탈리아 재무부 총국장도 지난달 초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을 방문해 국부펀드와 민간 투자자들에게 이탈리아 국채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
이탈리아가 이처럼 중국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 것은 부채 규모가 총 1조9천억 유로(2천840조 원)로 스페인과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다른 피그스(PIIGS) 국가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데다, 재정적자를 채우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600억 유로(약 90조 원)의 국채를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는 오는 15일 만기가 돌아오는 총 145억 유로(21조7천억 원)의 채권을 갚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재정당국은 지난 12일 115억 유로(17조2천억 원)의 채권을 매각한 데 이어, 13일에도 5년물 국채 39억 유로(5조8천억 원)를 매각하는 등 총 70억 유로 어치의 채권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매각 목표 물량을 채우고 있기는 하지만, 매각된 5년물 채권의 평균 금리가 5.6%로 급등해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큰 부담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중국이라는 '큰 손'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중국의 이탈리아 국채 매입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이날 "중국은 유럽 경제에 확신을 하고 있다"며 "유럽은 중국의 주요 대외 투자 시장 가운데 하나이며, 유럽연합 국가들이 협력해 현재의 위기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이르면 14일께 치러질 이탈리아 하원의 재정감축안 표결 결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상원은 지난 7일 오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정부가 제출한 총 542억6천500만 유로(약 82조 원)에 달하는 재정감축안을 승인했고, 현재 하원 심의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