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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생존 저축은행에 공적자금 수혈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하반기 금융당국의 고강도 경영진단에서 살아남은 저축은행에 대해 정부가 공적자금 수혈을 시작했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책금융공사는 이날부터 1개월 동안 저축은행들로부터 금융안정기금 지원 신청을 받는다고 공고했다. 이는 지난 18일 금융위 임시회의 의결에 따른 조치다.

금융안정기금이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융회사에 대한 선제적인 자금 지원을 위해 설치 근거를 둔 공적자금이다.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을 통과한 저축은행처럼 정상적인 금융회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축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12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후순위채권 매입 방식은 11월 중, 이보다 시간이 걸리는 상환우선주 매입 방식은 이르면 올해 안에 가능하다.

공적자금 투입 대상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10%인 저축은행이다. 경영진단 결과 70여개 저축은행이 BIS 비율 5% 이상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공적자금을 신청한 저축은행의 BIS 비율을 안정적 수준인 10%로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되, 원칙적으로 공적자금 투입액만큼 저축은행의 증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책금융공사는 1개월 동안 저축은행들의 신청을 접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금지원심사위원회를 꾸려 심사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심의를 마치면 운영위원회를 열어 공적자금 지원을 의결한다.

저축은행은 공적자금을 받으려면 자구노력ㆍ손실분담계획서, 금융기능제고계획서, 경영개선계획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정책금융공사와 경영개선약정(MOU)도 맺어야 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MOU를 맺으면 정책금융공사라는 `시어머니'가 경영에 관여하게 돼 대주주로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진단 과정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자체 자본확충 여력이 없는 몇몇 저축은행은 신청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경영 간섭 등을 받아야 해 (공적자금 투입을) 희망하는 데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