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는 4일(이하 현지시간) 미 의회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의 회생이 비틀거리기 직전"이라면서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가 경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더욱 강력한 경제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적절한 추가적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실시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채권 팔고 장기채권 매입) 조치가 의미가 있었지만, 이는 비틀거리는 미국 경제을 지지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는 아니다”며 더 많은 채권을 사들이는 추가 행동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추가 양적완화(QE) 여부에 대해서는 "경제가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것도 책상 위에서 치우지 않고 있다"면서도 "추가 양적완화와 같은 조치를 취할 즉각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올 4분기 경제성장 속도가 지난 6월 회의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라면서 연준이 초저금리 기조를 앞서 공약한 대로 최소한 2013년까지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버냉키는 또 의회 협조도 촉구하면서 "통화정책이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현재 미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면서 "건강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모든 경제정책 결정권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책임"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단기간의 급작스런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이 경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의원들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골드만 삭스의 앤드루 틸턴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성장이 내년 1분기 0.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유로 위기로 인해 금융 여건이 악화되고 여신도 빡빡해졌으며 유럽의 수출 수요도 감소하는 등 미 경제에 복합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이 내년 초에는 (또다시) 침체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경기순환 전문 분석기관인 이코노믹 사이클 리서치도 보고서에 "미 경제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면서 "연착륙(soft landing)이 아닌 완전한 침체(full-blown recession)의 꼭짓점에 섰다"고 지적했다.
경제분석기관 콘퍼런스 보드의 켄 골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도 "경기에 대한 신뢰가 계속 미약한 것이 수요와 기업 활동을 압박하면서 침체로 빠져들 위험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콘퍼런스 보드는 앞서 '미국이 더블딥에 빠져들 확률이 50% 미만'이라고 진단했으나 그 위험이 최근 몇 달 사이 증가했다고 재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