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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사인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췌장암)'

[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5일(현지시간) 숨을 거둔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사인은 췌장암(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이다.

잡스는 지난 2003년 10월 처음으로 췌장암(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진단을 받은 이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며 약 8년을 투병해왔다.

그는 췌장암 진단을 받은 후약 1년이 지난 2004년 8월 종양 제거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췌장암이 재발하면서 2009년 1월에는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간이식은 췌장암과 간에 전이된 암을 치료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시도됐지만, 잡스는 이 수술로도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잡스가 애플에서 사임한 이후 항간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 말기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6주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실제로 잡스는 지난 8월 24일 CEO직에서 물러난지 40여일만에 사망했다(7일×6주).

'췌장암'은 국내에서 9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으로 암 중에서 가장 독한 암, '악성암'으로 꼽히는데, 5년 생존율이 7.6%에 불과하다.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은 20~25%정도이며, 치료해도 2년 안에 재발하는 비율이 80% 이상이기 때문에 항암약물치료를 한다. 하지만 췌장암 환자의 98% 정도가 결국 이 암 때문에 병을 고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를 정도로 완치가 어렵다.

잡스를 사망으로 이끈 췌장암은 위장의 뒷부분에 있는 췌장에 발생한 암을 통칭한다. 췌장은 음식물의 소화를 위한 소화효소와 인슐린 등의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로, 길이가 약 20㎝ 정도다. 크게 머리부분과 몸통부분, 꼬리부분으로 나뉜다.

췌장암은 보통 CT(컴퓨터단층촬영)와 초음파 촬영을 통해 발견되는데, 상당수의 환자가 암이 상당히 커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나 복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장기 자체가 위 뒤에 숨어서 워낙 몸통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엑스레이나 복부초음파 검사 등으로 암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복부 불편감이 있거나 복통 등을 느낄 정도가 되면 이미 암이 말기로 접어든 상태다.

췌장암은 일단 걸리고 나면 전신항암화학요법과 국소방사선요법 등도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잡스도 첫 수술 이후에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잡스의 경우는 췌장에 신경내분비종양이 발생한 형태인데, 의료계에서는 이를 췌장암 중에서도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으로 부른다. 흔하지 않은 종양이지만 이 질환은 19세기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의료진 사이에서는 19세기에 명명한 ’카르시노이드 종양’이라는 용어가 흔히 사용되고 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 또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경내분비계통 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을 말한다. 신경내분비종양의 60%는 췌장과 위장관에서 발생한다. 스티브 잡스는 바로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사망했다.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은 비록 췌장암에 발생하는 암이기는 하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췌장암과는 임상경과, 치료법 및 예후가 많이 다른 편이다.

혈관이 풍부하고, 주변 장기로 전이가 신속히 발생하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췌장암과 달리 장기간 생존하는 게 특징이다.

환자는 증상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분하는데, 증상은 암세포가 분비하는 호르몬의 종류에 따라 설사·복통·홍조 등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고, 또는 발견이 될 때까지 전혀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잡스는 병으로 56세라는 일찍 숨을 거두기기는 했지만, 췌장암에 걸린 환자치고는 오랫 동안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은 진단 이후 1년 안에 숨지지만, 잡스는 췌장암에 걸린 이후에도 8년이나 살았다. 췌장암에는 생존 가능성이 낮은 선암과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신경내분비암이 있는데, 선암은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5%도 되지 않아 진단되면 대부분 1년 안에 숨진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걸린 신경내분비암은 진행이 느리고 생존 기간이 훨씬 길어 평균 5년 이상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