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현규 기자] 이시형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은 "최근 브라질의 자동차 수입 규제조치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수출이 40% 정도 줄어드는 등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조정관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헤알화가 급등하고 경기침체가 우려되면서 브라질이 수입차 등에 대해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공산품세(IPI) 세율을 30%포인트 인상하는 등 자국 산업 보호조치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공식 화폐인 헤알화 가치가 급등하고 경기침체가 우려되자 수입 관세를 올려 자국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수입차를 대상으로 12월~내년 말까지 공산품에 붙이는 세율을 한시적으로 30%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세율 인상에 따라 수입 자동차의 소비자 가격이 무려 25~30%나 오르게 됐다. 이번 조치는 브라질에서 최근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한국차와 중국차를 겨냥한 것이다.
현대차는 현재 아반떼, i30, 벨로스터, 쏘나타, 투싼, 싼타페, 베라크루주, 포터 등 8개 차종을, 기아차는 포르테, K7, 스포티지, 쏘울, 쏘렌토 등 5개 차종을 브라질에 수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브라질 수출규모는 현대차가 8만대, 기아차 6만대 수준로, 지난해 브라질 시장에서 13만5000대를 팔아 2009년 3%였던 시장점유율을 4.1%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대·기아차 측과 전담대응팀을 만들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조정관은 "현재 현대차가 브라질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소형차 생산공장을 짓고 있지만 완공시기가 이번 조치가 마무리되는 내년말이어서 수출피해가 불가피하다"면서 "WTO제소도 생각할 수 있지만 소송기일상 실익이 없을 것 같아 고민중"이라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는 브라질의 수입자동차 규제 조치에 대해 “전 세계 판매량 중 브라질 시장 비중은 2% 안팎”이라며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가 편할 수는 없다. 현재 브라질의 4대 자동차 판매업체인 피아트와 폭스바겐, GM, 포드는 현지 공장에서 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세 부담을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이들 경쟁 업체들과 달리 현지에 공장이 없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현재 내년말 완공을 목표로 연간 15만대 생산 규모의 현지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지만, 이 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자동차 수출이 급감하는 피해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