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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내부거래규모 144조원... 5대 그룹 전체 70%

국내 43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비중은 12% 정도이지만 비상장사가 상장사보다, 총수있는 집단이 총수없는 집단보다 내부자거래비중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총수일가나 계열사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비중이 높았으며, 업종 중에선 SI(시스템통합관리), 부동산, 도매, 광고 등이 높았다.

대기업 집단중에서 STX, 현대자동차, OCI 등의 내부거래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해 높았으며,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등 5대 대기업그룹의 내부거래금액합계가 전체의 70%(103조원)를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국내 43개 대기업집단의 계열회사 1천83개사의 계열회사간 상품ㆍ용역거래 현황(이하 내부거래 현황)을 처음으로 분석 공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에 대한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 1천201조5천억원의 12.04%인 144조7천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비상장사(867개)의 내부거래비중은 22.59%로 상장사(216개) 8.82%보다 13.77%포인트 높았으며, 총수 있는 집단(35개)의 내부거래비중이 12.48%로 총수가 없는 집단(8개.9.18%)보다 3.30% 포인트 높았다.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기업집단은 STX(23.49%), 현대자동차(21.05%), OCI(20.94%) 등으로 거래의 5분의 1 이상이 내부거래였다. 반면에 현대(1.72%), 미래에셋(1.92%), 한진(3.56%) 등은 내부거래비중이 적었다.

금액으로는 삼성의 내부거래금액이 35조3천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25조1천억원), SK(17조4천억원), LG(15조2천억원), 포스코(10조5천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들 5개 집단의 내부거래금액 합계(103조5천억원)는 43개 집단 내부거래금액의 71.53%로 매출액 비중(55.1%)보다 높았다.

주력 산업별로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의 집단이 속해있는 중화학공업의 내부거래비중이 13.08%로 가장 높았고,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이 포함된 유통업이 10.60%로 그 뒤를 따랐다.

또 수출액을 제외할 경우 총수가 있는 집단의 상위 10대 집단 내부거래비중은 27.86%로 수출액을 포함했을 때(13.23%)의 2배 이상 수준이었다. 해외시장 매출이 많은 삼성(13.68%→35.63%), 현대자동차(21.05%→44.17%), LG(14.25%→40.38%) 등도 수출액을 제외하면 내부거래비중이 20%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이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16개 품목 중 대기업 집단의 매출이 있는 품목은 9개였으나 내부거래 비중은 골판지 상자 74.70%를 제외하고는 고추장 2.18%, 된장 2.95%, 간장 2.34% 등으로 낮았고, 세탁비누ㆍ절연전선ㆍ재생타이어는 내부거래가 0%였다.

공정위는 "집단내 주력계열사에 수직계열화된 회사나 기업의 핵심공정을 제외한 여타 부가가치 창출과 관련된 연구개발, IT, 마케팅, 기업물류 등 사업서비스업 영위회사의 내부거래비중이 높았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의 에스엘시디, 현대자동차의 현대모비스, SK의 SK이노베이션 등 수직계열화된 회사의 내부거래금액은 6조원 이상으로 집단내 전체 내부거래금액의 각각 18.1%, 25.9%, 3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총수일가 지분과 계열사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비중이 높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인 83개 계열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34.65%였으며 계열사 지분율이 50% 이상인 계열회사(682개)의 내부거래비중은 19.60%로 50% 미만인 계열회사(401개)의 9.99%보다 9.61% 포인트 높았다.

또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 중 내부거래비중이 30% 이상 높은 회사는 부동산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유통업) 등 사업서비스업 회사로 분석됐다.

예를들어 SK의 SKC&C(총수일가지분율 55.0%)의 내부거래비중이 63.89%인 것을 비롯해 현대자동차의 글로비스(총수일가지분 50.0%) 45.97%, 삼성에버랜드(총수일가지분 46.0%) 40.56%, CJ의 CJ아이레저산업(총수일가지분 100%) 97.09% 등이었다.

회사규모에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매출액이 1천억원 미만인 계열회사(627개사) 내부거래 비중이 42.36%로 높았으나 매출액 1조 이상 계열회사(161개)의 내부거래비중은 10.05%였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내부거래에 대해 일률적 접근은 곤란하다"면서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고, 소규모 비상장사의 내부거래비중이 높다는 사실로부터 재산증식을 위한 물량몰아주기의 개연성은 존재한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총수일가가 상대적으로 내부거래에 용이한 소규모 비상장사를 설립하거나 지분을 취득한 후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SI, 부동산, 도매, 광고 등 특정업종에서 문제의 소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공정위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