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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 계속 확산…유로존 핵심국가로 번지는 양상

[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유로존 위기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덱시아 사태와 정국 불안 등으로 유로존 핵심국인 벨기에의 국채금리가 폭등한 것은 물론, 유로존 맏형이자 AAA 등급의 최우량국인 독일마저도 국채 발행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등 위기가 유로존 핵심국가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시장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벨기에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23일(현지시간) 5.19%로 뛰며 기준채인 독일 국채(분트)와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유로화 도입 이래 최고치인 330bps(3.3%) 차이로 벌어졌다. 올해 초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지난달에도 벨기에 10년물 국채 금리는 4% 선이었다.

벨기에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유로존 채무ㆍ금융위기의 심화 외에 이른바 덱시아 사태와 정치적 불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의 합작 금융그룹인 덱시아는 그리스발 유로존 채무·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해 올해 초부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도 위기에 몰렸고, 덱시아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3개국 정부와 덱시아는 지난 10월 9일 900억 유로 규모의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우량 부분은 분리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프랑스와 벨기에가 배드뱅크에 대해 60.5% 대 39.5%의 비율로 지급보증하기로 합의해 벨기에는 540억유로를 채권시장에서 조달해 투입해야 하지만, 현재 정상적 조달이 가능한 금액은 200-250억유로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으로 유로존 위기가 계속 확산되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하자 채권시장에서 벨기에가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의 덱시아 사태 협상이 합의된 이후 덱시아와 벨기에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 것도 국채금리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덱시아와 벨기에 정부는 자금 조달이 어렵고, 또 현재의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는 구제금융 방안을 실행해 덱시아를 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뒤늦게 판단하고 신용등급이 더 좋은 프랑스가 지급보증 부담을 더 지고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 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신용등급 강등설 등에 시달리는 등 발등의 불을 끄기에 바쁜 프랑스는 벨기에가 국가 간에 이미 합의한 일을 어기려한다며 벨기에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어 벨기에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타결 전망이 높았던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또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짐으로써 5백여 일 넘게 지속된 `무정부' 상태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려워지자 시장의 불신이 더욱 커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전자산'인 독일로까지 유로존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독일 재무부는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 나섰지만, 발행 목표치를 채우는 데 실패했다. 60억 유로의 국채 10년물을 발행하려고 했으나 36억4000만유로만 발행하는데 그친 것이다.

독일 국채의 수요가 부족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투자자들이 이제는 위험국 뿐만 아니라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의 모든 국채를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국채 금리 급등에 시달리고 있는 프랑스 국채의 분트와의 스프레드도 179bps로 전날보다 16bps 더 벌어졌다.

스페인 역시 3개월물 국채 낙찰 금리가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뛰어오른 5.11%를 기록했다. 이는 그리스 보다도 단기자금 조달 비용이 높은 것이다. 스페인 국채 10년물도 6.89%로 5bps 높아졌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7.01%로 13bps 올라 이른바 구제금융으로 가는 출발점이라는 7%를 다시 넘겼다.

최근 들어선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기존 재정위기국의 채권금리 상승과 동유럽 악재에 더해 벨기에와 독일까지 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어 유로존 위기는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