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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 위기, 한국 실물경제에 이미 타격

[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유럽 재정 위기가 이미 한국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 악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3분기부터 수익이 악화된 기업들의 투자 지표가 급락했으며, 10월부터는 소비 위축이 두드러지고 수출전선도 이상기류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내수와 수출의 동반 둔화가 우려되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통관기준 수출과 수입액 잠정치는 284억1천600만달러, 285억6천500만달러로 전년 동기(265억3천200만달러, 275억7천100만달러)대비 각각 7.1%, 3.6%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 10월에도 수출액이 8.0% 늘면서 2009년 10월(-8.5%) 이후, 수입액은 15.6% 증가해 2009년 10월(2.4%) 이후 각각 최저 증가율을 보인데 이은 것으로, 10월부터 확연히 수출입이 크게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나빠지면서 소비 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은 작년 10월보다 3.1% 증가하는데 그치며 2009년 4월(2.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백화점 매출 둔화세는 11월에도 계속되고 있어 백화점들은 대목인 연말을 맞아 어떻게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송년 세일' 기간을 예년보다 1주일 늘렸다. 이는 역대 최장 기간 이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총 12만998대로 전년 동월 대비 8.8%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계속됐던 증가 행진을 마감했다.

20%대 증가율을 보이던 전자상거래 총거래액도 3분기에 24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2% 늘어는 데 그쳤다. 특히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증가율은 16.7%에 그치면서 2009년 3분기(7.5%)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기업 실적 악화로 투자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설비투자는 리먼 사태의 막바지 이후로 가장 부진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3분기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 줄면서 2009년 3분기(-8.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월별로는 5월 10.3% 이후 4개월 연속으로 내리막 행진이다.

기계류 내수출하도 3분기에 5.4% 줄어 2009년 3분기(-7.0%) 이후 처음 감소했다. 작년 3분기(27.4%)를 정점으로 둔화세도 계속되고 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에 속하는 자본재 수입액 증가율은 8월 14.1%에서 9월 4.6%로 약화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9% 줄어들며 2009년 10월(-13.2%) 이후 24개월만의 감소를 기록했다.

9월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로 0.1% 줄면서 석 달째 줄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9월에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8포인트 떨어졌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전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하며 동행 및 선행지수가 동반하락했다. 특히 선행지수는 두 달째 하락하며 앞으로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은 94.8로 2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으며 2009년 4월(86.7) 이래 2년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발표를 보면, 이달 비제조업의 업황 BSI는 78로 전월보다 6포인트 떨어져 2009년 9월(78)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다. 내수가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지만, 수출 증가세가 완만하게 둔화하고 설비투자 여건도 약화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