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애플 '디자인 가이드라인' 논란… "아예 스마트폰·태블릿PC 만들지 말라고 하지"

 

[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삼성전자와 전 세계에서 디자인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이 자사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무도 지킬 수 없는 지나치게 깐깐한 기준을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애플은 이 가이드라인에서 얇으면서 사각형의 정제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만들지 말라고 요구해 사실상 다른 업체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애플의 요구는 정사각형이나 삼각형, 원형으로, 그리고 두꺼우면서 투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PC월드는 애플의 제안에 따라 스마트폰을 만들면 아마 양파같은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IT월드'와 'PC월드' 등 IT 전문매체는 5일(현지시간) 애플이 최근 미국 소송에서 삼성전자에게 자신들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디자인 의장특허를 침해하지 않을 수 있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두 분야로 나누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먼저 애플의 경쟁사들은 스마트폰을 만들 때 사각형이거나 모서리가 둥근 스마트폰은 만들 수 없다. 또 전면은 납작하게 할 수 없다.

가능한 스마트폰 디자인은 앞면이 검은 색이거나 투명하지 않아야 하고 사각형이나 평평하지 않아야 한다. 또 모서리도 둥글지 않아야 한다. 액정 화면은 직사각형 대신 좀 더 정사각형이거나 전혀 직사각형을 갖추지 않아야 한다. 화면의 위치도 전면의 정중앙에 위치해서는 안 되고, 모서리 부분의 빈 공간은 상당히 넓어야 한다. 스피커 슬롯은 수평 방향으로 배치해서는 안 되며 전면부에 대량의 장식물을 부착해야 한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는 양호하지만 어처구니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직사각형이어서는 안되며, 모서리가 둥글면 안 된다. 얇게 만들어서도 안 되고, 앞부분 테두리를 두껍게 만들어야 하며, 또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디자인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애플이 제기하는 디자인 특허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사각형이거나 삼각형, 혹은 원형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만들어야 한다. 또 검정색 대신 다른 색상을 사용해야 하고 두껍고 지저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지난 3일 미 법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와 태블릿PC 갤럭시탭10.1의 판매를 중단해 달라는 애플의 요청을 거부하고 삼성전자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애플의 비현실적이고 지나친,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자 인터넷에서는 애플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IT 매체들도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아무것도 만들 수 없을 것”이라면서 “지나치게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안”이라고 비판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IT월드는 애플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대해 "경쟁사의 상품이 태블릿PC나 스마트폰처럼 '보이지 않으면' 다 괜찮다는 말"이라며 "참 쉬운 대안"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경쟁사들에 △지구상에서 발견되지 않은 물질로 스마트폰·태블릿PC를 만들거나 △전원 버튼을 아예 없애거나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스마트폰을 만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