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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펀드 판매 `계열사 몰아주기' 제동

[재경일보 양준식 기자] 금융당국이 펀드상품 판매의 계열사 몰아주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내년부터 대형 금융회사들이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 판매를 다른 계열사에 몰아줄 수 없게 한 것이다.

또 펀드 판매채널의 다각화를 위해 농협 조합에 펀드판매업을 내년 3월부터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8일 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이런 내용의 펀드 판매시장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판매 채널 간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펀드 선택권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직접 규제안이 빠져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 상품을 팔 때는 반드시 계열사 펀드임을 알리고 다른 운용사의 유사펀드도 함께 권유해야 한다.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를 차별적으로 우대하면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제돼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게 된다.

판매한 펀드에 대해서는 계열사와 비계열사 간 판매 비중과 수익률, 비용 등의 공시도 의무화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조치를 내놓은 것은 계열사 상품 판매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대기업의 계열사 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펀드 판매에 대한 규제가 없어 금융지주회사의 은행들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만 집중적으로 판매해왔다.

이로 인해 올해 9월 말 현재 상위 5개 판매사의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 판매비중은 56.5%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미래에셋생명 94.2%, 산업은행 89.7%, 미래에셋증권 73.5%, 신한은행 69.8%, 삼성증권 54.9% 등으로 비중이 매우 높았다.

금융발전심의위원회는 이를 시정하기 위해 계열사 판매 비중을 법령으로 직접 제한(25%)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를 일단 유보하고 우선 간접규제와 판매사의 자율적인 노력을 유도하는 쪽으로 행정지도를 하기로 했다.

펀드 판매채널 다각화를 위한 조치로 농협 조합 등에 펀드판매업을 제한적,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지금까지는 농협 중앙회 지점에서만 펀드를 판매할 수 있었다.

대상은 자기자본ㆍ순자본 비율과 인적ㆍ물적요건 등을 엄격하게 심사해 선정할 계획이다. 판매 상품은 머니마켓펀드(MMF), 국공채펀드, 혼합형 등 위험이 덜한 상품부터 주식형 등 고위험 상품으로 확대된다.

지난 9월 말 현재 펀드판매 규모 295조원 중 증권사 비중이 58.8%(173조원)에 달했고, 은행 31.5%(93조원), 보험 등 기타 금융회사는 9.7%에 불과했다.

펀드 수수료는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판매보수율 체감방식을 개선해 4년 평균 보수율이 1% 이내가 되도록 제한했다. 현재 이 비율은 1.16% 수준이다.

더불어 온라인 주식형펀드 판매수수료 등을 오프라인 대비 일정 비율로 단계적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인기 상품을 상대적으로 판매 수수료가 낮은 온라인 채널로 판매하지 않는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보다 10~20% 낮은 온라인 상품 판매 수수료도 최소 30% 이상 낮추기로 했다.

금융위는 불완전 판매로 제재를 받은 판매사는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도록 했다.

진웅섭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가급적 하위규정, 모범규준, 관행 개선 등을 통해 신속히 시행하겠다"며 "내년 1분기에 계열사 펀드판매 실태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진화 방안에 대해 수익률이 좋아도 계열사 몰아주기 관행 때문에 판매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진작에 나왔어야 할 조치”라며 환영을 표했따.

하지만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