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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체감실업 심각할 듯… 수치상 실업률 3%대지만 체감실업률 20% 넘어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11일 한국은행과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2012년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내년 실업률이 올해보다 0.1%포인트 오른 3.7%와 3.6%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같은 3.5%,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는 0.1%포인트 떨어질 3.4%로 내다봤다.

한국은행과 삼성경제연구소는 실업률 전망을 내렸지만, 고용여건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 경기둔화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면서 실업통계에서 제외되는 아예 구직을 포기하거나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은 뺀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 신규 고용자가 20여만명 증가하며 올해 40만명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고용증가세가 둔화하는데 실업률이 떨어진 것은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져 아예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한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업률 통계상의 실업자에 구직단념자와 취업준비자, 취업무관심자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더욱 급등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통계청 수치를 이용해 자체 계산한 올해 청년실업률은 7.7%이나 이들의 체감실업률은 22.1%로 무려 3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최성근 선임연구원은 "대내외 환경이 안 좋아 신규고용이 어렵다"며 "특히 청년이나 여성들이 느끼는 정도는 훨씬 나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올해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주로 고용증가세를 이끈 탓에 경기가 둔화될 경우 가계가 받는 충격은 더욱 클 것을 보인다.

최 연구원은 "경기 수요가 안 좋은데도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창업이 늘어나고 있어 가게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경기상황이 나빠지면 자영업 매출이 줄고 이는 가계의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체감실업률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더욱 다양한 고용여건을 살피고 이에 맞는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손 연구원은 "현 실업률 통계는 설문조항을 조금만 바꿔도 수치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정부는 사실상 실업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보조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청년 고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