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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 조직개편하고 내년 공격경영 나선다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IT 시장에서 내년에도 효과적이고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에 나서고 있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큰 부진을 겪은 LG전자는 이미 이달 초 의사 결정의 효율화를 위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고, 삼성전자도 이번 주에 삼성LED를 합병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IT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들 기업은 조직개편을 통해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삼성LED 합병

삼성전자는 최근 사장단 인사임명을 통해 권오현 디바이스솔루션(DS)사업총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최지성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를 이루게 됐다. 권오현 부회장은 부품, 최지성 부회장은 세트(완제품)을 맡아 더 효과적으로 IT 시장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곧 조직개편을 단행해 두 명의 부회장이 독립된 형태로 각각의 사업을 끌고 가는 체제가 전체적으로 한층 공고해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직 개편에서는 흡수합병이 확실시되고 있는 삼성LED가 어떤 형태로 삼성전자에 위치하게 될 것인가에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LED와의 흡수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최대로 창출하는 방안에 대해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LED가 DS총괄 산하 사업부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승진한 권 부회장이 이끄는 메모리, 시스템LSI,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 등 3개 사업부로 구성된 DS총괄에 'LED 사업부'가 추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DS총괄에 LED 전 공정(에피웨이퍼·칩) 사업을 이관하고, 생활가전사업부에 조명사업을 각각 이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합병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이 반영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MD는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각각 해오던 소형 LCD사업을 통합했지만, 최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대한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다시 합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최 부회장이 총괄하게 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정보기술(IT)솔루션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무선사업부 등 완제품 부문에서는 무선사업부의 조직개편에 변화가 예상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피처폰 등 기기별 중심의 구별에서 첨단 및 보급형 제품군으로의 재편이 예상되고 있다. 첨단 제품군은 갤럭시S2, 갤럭시노트 등 고급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보급형 제품군은 보급형 스마트폰과 피처폰 등을 전담한다.

업계에서는 보급형 스마트폰을 피처폰과 묶어 유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제품개발 주력 재편

LG전자 역시 올해 부진을 떨쳐내고 내년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재편을 통한 정비에 나섰다. 이전에는 없었던 최고운영책임자(COO, Chief Operating Officer)를 신설하고 LG디스플레이 김종식 사장을 이 자리에 임명했다. 이는 생산·품질·구매 등 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책임자를 두고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에서다.

LG 측은 "특히 생산과 구매 사이의 효율적인 연계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이 스마트폰 시장 대응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IT 시장 변화를 섬세하게 읽어내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R&D·전략기획·상품기획 등의 조직도 강화했다.

우선 'LTE폰'을 앞세워 실적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MC(모바일컴뮤니케이션)사업본부 아래 고객에 맞는 최적의 상품 개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경영전략 수립 등을 전담하는 '상품기획센터'를 신설했다.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에서도 LCD와 PDP 조직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TV부문 제품개발 그룹을 신설해 고급형 TV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해외부문 조직개편도 이어졌다.

유럽과 중동·아프리카지역을 제외한 해외 지역대표를 개별 법인체제로 전환,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 시장에서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 결정을 통해 지배력을 높이기로 했으며, 국내 파견 인력을 지속적으로 줄여가는 대신 현지 인력을 보강해 시장 적응력을 키워갈 방침이다.

LG관계자는 "올해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내년은 회사에 매우 중요한 해"라며 "제품 경쟁력 강화에 최적화된 조직을 갖춰 부활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