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해서 진행되면서 내년도 SK그룹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SK그룹은 '자원개발'과 '반도체 설비 확충' 등을 위해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현재 구체적인 경영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투자가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결과에 따라서 전면 재검토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제3의 성장동력을 찾고 국내 경제 선순환에 기여하기 위해 당초 지난달 사상 최대규모인 15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012년 경영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올해 투자액인 10조5천억원에 비해 무려 43%가 증가한 수준으로 창사이래 최대 규모지만,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로 SK그룹 계열사들은 이 같은 경영계획 수립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SK그룹 관계자는 "반도체 설비나 자원개발 등 대규모 투자는 강력한 오너십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검찰 수사로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성장경영'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대규모 투자가 불투명해진 탓"이라며 "각 계열사의 해외사업 담당 및 주주 관리 부서에는 공동 진행사업의 차질이 생길지 우려하는 파트너 기업들과 기업가치 하락을 염려하는 주요 투자자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 수사로 SK텔레콤이 최근 인수한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가 불투명해졌다. 10년 만에 SK라는 새 주인을 찾은 하이닉스는 대규모 선행투자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경영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최 회장도 지난달 11일 SK가 하이닉스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현재 반도체 업황이 나쁘지만 강한 추진력으로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었다. 하지만 최재원 부회장에 이은 최 회장의 검찰 소환과 사법처리 등으로 그룹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하이닉스에 대한 대규모 선행투자는 물론 경영정상화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로 인해 자원개발 등 글로벌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그룹은 현재 사상 최대규모의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인 에콰도르 마나비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칠레 화력발전소 건설 등 모두 200억달러가 넘는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공적인 해외 사업 진행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15조원에 이르는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SK그룹 협력업체들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그룹의 시설투자는 대부분 에너지와 화학, 정보통신, 반도체 등 대규모 설비 증설에 집중돼 있는 만큼 협력업체들에 대한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국내경기도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매년 상반기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다"며 "그러나 내년도 투자계획에 손도 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상반기 선행투자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SK텔레콤 등 18개 그룹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천800억원 가운데 500억원을 선물투자금으로 조성한 의혹을 사고 있으며, 최 회장도 여기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받기 위해 조만간 소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