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삼성그룹이 13일 역대 최대 규모의 부사장급 이하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사상 첫 여 부사장이 탄생한 데 이어 신규 임원으로 여성이 8명이나 승진하는 등 이건희 회장의 '여성 인재 중용론'이 반영됐으며, 고졸 출신 부장이 2년만에 상무로 승진하는 등 분야별 대규모 발탁 인사도 이뤄졌다. 도 글로벌 현장에서 우수한 영업실적을 올린 해외법인의 외국인들도 승진했다.
◇ 사상 최대 규모 임원 승진… 원칙은 신상필벌
삼성그룹이 이날 발표한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대상자는 모두 501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임원 승진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490명이었다. 지난해보다 11명이 더 늘어난 것.
또 상무 직함을 달고 처음으로 삼성그룹의 임원이 된 사람도 역대 최대인 326명이며, 차세대 최고경영자(CEO)의 직접 후보군으로 실적경쟁을 벌이게 되는 부사장 승진자가 48명이었고, 전무 승진자도 127명에 달했다. 전무, 부사장 등 고위임원을 역대 최고인 175명을 승진시킨 것은 향후 삼성의 경영을 이끌어 갈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하고, 사업별 책임경영을 가속해 나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또 신임 임원승진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26명으로 실무 책임자급 임원을 보강했다.
삼성 측은 "신상필벌의 원칙에 따라 주력사업의 성과를 반영하고, 삼성의 미래성장을 주도해 나갈 차세대 유망사업 분야에 대한 인적 투자 강화차원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연구개발(R&D) 인력과 영업마케팅 인력의 임원승진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 신임임원 중 연구개발 인력은 지난해(100명)에 이어 89명이 승진했고, 신임임원 중 영업마케팅 인력은 92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자 첫 여성 부사장… 여성인력 중용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부사장 승진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심수옥 전무가 그 주인공으로, P&G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인 심 전무는 선진 마케팅 프로세스 및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해 브랜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등 최고마케팅경영자(CMO)로서 회사 브랜드 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김기선 부장과 송효정 부장, 이선영 부장, 삼성SDS 홍혜진 부장, 삼성증권 박경희 부장, 제일모직 김지영 부장, 김정미 부장, 제일기획 오혜원 부장이 신규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신규 상무 승진 여성 임원도 8명 나왔다.
특히 1990년 8월 공채로 입사한 삼성전자 김기선 부장, 1993년 2월에 입사한 김정미 부장, 1994년 1월에 입사한 오혜원 부장 등 대졸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상무 승진자를 3명이나 배출해 공채출신의 여성임원 시대를 처음으로 열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8월 여성 임원과의 오찬 자리에서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성도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 회장의 여성인재 중용론이 이번 인사에 최대한 반영되었다는 평가다.
물론 사장단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의 승진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에서 첫 여성 부사장이 나오고 역대 최대인 8명의 여성이 신규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앞으로 이들 여성의 역할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번 인사를 통해 여성 인재 중용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회사경영에 기여한 여성인력을 과감히 승진 조치해 조직내 다양성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너 일가 중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는 오너 일가 중에서 임 부사장만 승진했다.
◇발탁 인사 77명… 고졸 출신도
이번 인사에서는 승진자 501명 가운데 77명이 연한을 채우지 않고 '발탁' 승진됐다. 부사장으로 발탁된 인사가 30명이고, 전무와 신임상무가 각각 14명과 33명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윤장현 부장은 부장 3년만에 상무로 발탁됐다. 미국 조지아텍 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소프트웨어 플랫폼(S/W Platform) 전문가인 윤 부장은 리눅스에 기반한 삼성전자 고유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SLP 개발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이에 기반한 휴대전화 개발에 성공, 대내외 기술력을 과시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고졸 출신인 삼성전자 김주년 부장이 2년만에 상무로 승진한 것도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86년 9월 고교 졸업후 입사한 그는 1993년 무선단말 개발에 합류한 무선 하드웨어(H/W) 개발의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유의 근면함과 끊임없는 탐구열로 신기술 및 신기능을 적용한 차별화된 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자랑스런 삼성인상' 2회 수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해외 현지법인 외국인 영업책임자·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도 승진
이번 인사를 통해 해외 현지법인의 외국인 영업책임자들이 대거 상무로 승진한 것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 헝가리법인 영업총괄 이스트반 팍스코 VP와 삼성전자 댈러스연구소 LAB장 파룩 칸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는 등 역대 가장 많은 총 8명의 외국인 영업책임자들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삼성 관계자는 "해외법인 우수인력의 본사임원 승진규모를 지속 확대해 현지인들에게 성장비전을 제시함은 물론 국적에 관계없이 핵심인재를 중용하는 삼성의 경영철학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내에서 '그룹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들도 승진대상에 포함됐다. 전무로 승진하게 된 삼성전자 하상록 상무, 삼성SDI 오요안 상무과 상무로 승진하게 된 삼성전기 이태곤 수석이 주인공들이다.